아름다운 청남대의 가을길.청남대관리사업소 제공
대통령 별장 청남대에서 국화축제가 열린다.
청남대는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대청호변 184만4843㎡에 자리 잡고 있다. 1983년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었다.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했던 전 대통령이 주변 환경이 빼어나다는 말을 하자 1983년 6월 착공해 그해 12월27일 준공했다. 전 대통령은 여름 휴가 등에 틈틈이 이곳을 활용했으며, 3년 뒤인 1986년부터 남쪽의 청와대란 뜻을 담아 청남대로 불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4월 개방해 충북도로 이관하기까지 역대 대통령 6명이 89차례 찾아 472일 동안 머물렀다. 노 전 대통령은 개방 전날 이곳에 머물렀다. 노 전 대통령은 “이렇게 좋을 줄 알았다면 개방 안 했을 것”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고 전해진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헬기장에서 축구를 하고, 겨울철 양어장이 얼면 스케이트를 즐길 정도로 활동적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골프를 좋아했으며, 김영삼 전 대통령은 아침마다 조깅을 하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때는 하의도 고향 집을 본 따 칠각정을 만들고 산책을 즐겼다. 하루만 머물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골프장 옆 산책길에서 자전거를 탔으며, 이 모습은 동상으로 남아 있다.
청남대 개방 전에는 대통령들이 별장에 황금 수도꼭지 등 ‘아방궁’처럼 지어 놓고 호화롭게 지냈을 것이란 추측이 많았지만 어디에도 호사스런 시설은 없다. 다만 국가 1급 경호시설로 군인들이 정성껏 관리한 데다 대청호 또한 상수원 보호지역이어서 손때가 타지 않았다. 따라서 길, 들, 물, 숲 등 자연환경이 빼어나다. 무엇보다 길이 좋다. 청남대에 이르는 6㎞ 남짓 진입로는 국토해양부가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을 정도로 호젓하면서도 아름답다.
청남대관리사업소는 역대 대통령들이 즐겨 찾았던 곳을 중심으로 대통령 길을 만들었다. 전두환 대통령길(1.5㎞·30분), 노태우 대통령길(2㎞·40분), 김영삼 대통령길(1㎞·30분), 김대중 대통령길(2.5㎞·60분), 노무현 대통령길(1㎞·20분), 이명박 대통령 길(3.1㎞·90분)이 호숫가, 산속, 들 등에 아기자기하게 조성돼 있다. 좋아하는 길을 골라 걸을 수 있어 재밌다.
청남대엔 지금까지 970여만명이 다녀갔으며, 올해 말이나 내년 초께 관람객 1천만명을 넘어 설 것으로 보인다.
22일부터 다음 달 13일까지 열리는 국화축제에선 청남대가 직접 기른 국화 4만6천여 그루 국화의 향연을 만날 수 있다. 국화차·국화빵 등을 맛볼 수 있으며, 국악·통기타·합창 등 공연도 이어진다.
윤상기 청남대관리사업소장은 “대청호반과 어우러진 청남대의 단풍, 국화 향을 만끽할 수 있다. 청남대의 사색(네 가지 색깔)에 반하고, 사색에 취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오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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