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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물에 잠긴 마을, 700살 나무는 살았다

등록 2005-11-02 22:49

옛모습 되찾은 안동 용계 은행나무
경북 안동시 길안면 용계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175호)가 조금씩 옛 모습을 되찾아 간다. 용계 은행나무는 10여년 전 임하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놓이자 어려운 공사끝에 15m 위쪽으로 들어 올려졌다. 아직까지 쇠로 만든 지지대 신세를 져야 하지만 올려 심기 공사때 잘렸나갔던 가지 끝 부분에는 어느덧 새살이 돋아나 제법 두터워졌다. 11월에 접어들면서 노랗게 물든 은행잎 사이로 토실 토실한 은행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이 마을 이장 권오원(61)씨는 “옛날에는 50㎏ 짜리 가마니로 10 가마는 족히 모을 수 있을 만큼 은행이 많이 열렸다”며 “마을이 물에 잠긴 뒤 사람들은 하나 둘 떠나갔지만 은행 나무가 이렇게 살아 남았으니 마을이 아주 없어진 건 아니다”라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현재는 안동시에서 해마다 5천만원을 들여 영양분을 공급하고 병충해도 방제해 준다. 나무 지킴이 이점봉(75) 할머니의 정성도 빼놓을 수 없다.

1990년 11월 사업비 20억원을 들여 시작한 올려심기 공사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난공사였다.

용계동 은행나무는 임하댐에 물이 가득 차면 나무의 아래 3분의 1 가량이 물에 잠기게 돼 산소 부족으로 말라 죽을 운명에 처했다. 그러나 천연기념물을 살려야 한다는 마을 주민들의 간절한 바람에서 옮기 심기가 시작됐다. 높이 37m, 둘레 14m, 무게 1천t 의 700살 은행나무를 수직으로 15m나 들어올리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공사를 맡은 업체마저 “공사 후 6년 안에 나뭇 가지의 고사율이 15%를 넘기면 공사 대금 전액을 포기한다”는 약속까지 했다. 둑을 쌓아 나무 주위를 에워싼 뒤 대형 크레인으로 조금씩 나무를 들어 올리면서 3년 5개월 동안 흙을 메운 끝에 1994년 3월 공사를 끝냈다. 700살 용계 은행나무는 15m나 훌쩍 키가 커졌다.

올해로 올려 심은 지 11년이 지난 늙은 은행나무는 여전히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올려 심을 당시 뿌리의 80%가 잘려나가 영양분과 수분 공급을 스스로 잘 해낼 수는 없지만 시간이 갈수록 원기를 되찾고 있다.

안동시는 그러나 용계 은행나무가 700살이라는 나이 탓에 옛 모습을 계속 유지해 나가기가 쉽지 않다고 보고 2년 전부터 씨앗을 심어 어린 2세 나무를 키우고 있다. 이르면 2007년쯤 용계 은행나무 2세들이 늙은 어머니 나무 가까이에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동/구대선 기자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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