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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마음가는대로 쓰는 ‘좋은 글’ 많아야 세상 바뀌죠”

등록 2016-10-27 19:10수정 2016-11-01 14:23

보리 출판사 설립·‘작은책’ 발행
1998년 괴산 사기막리로 귀농
유기농법 주도·이장도 맡아 정착

2012년 주민들과 지역매체 창간
오늘 농민 위한 ‘글쓰기학교’ 개강
안건모·백승권·이권우씨 등 강의
인터넷언론 ‘느티나무통신’ 차광주 이사장

인터넷이라는 글판이 펼쳐지면서 누구나 글쓰는 세상이 됐다. “어떻게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한번쯤 가져보는 고민이다. 좋은 글로 이끄는 학교 ‘생명의 불꽃’이 28일 충북 괴산군 청천면 사기막리에 선다. 고즈넉한 산골마을에 글쓰기 학교를 들인 이는 차광주(58·사진)씨다.

그는 1998년 서울 생활을 접고 이곳으로 귀농했다. 밭 두둑에 비닐 멀칭(농작물을 재배할 때 경지 토양의 표면을 덮어주는 일) 씌우는 것조차 거부한 유기농업을 주도하고, 마을 이장을 맡기도 하고, 농림수산식품부 정책 공모에서 대상을 받는 등 열혈 농부였지만, 지금은 농사보다 협동조합 인터넷 언론 <느티나무통신> 이사장으로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괴산/오윤주 기자

“흙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니 귀농이긴 한데 농삿일은 뒷전이고 또 글에 파묻혀 사니 ‘역귀농’ 또는 ‘귀서’라고 해야 하나요. 어쨋든 지금 시골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이 일도 누군가는 해야 할 참 중요한 일입니다.”

그는 귀농 전 책, 글과 함께 살았다. 1989년 도서출판 보리를 만들어 어린이 그림책, 단행본을 발행했고, 95년엔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일하는 사람들의 <작은책>(월간)을 창간하기도 했다. 그땐 실험이라고 했지만 그는 또 다른 영역을 개척하는 마음으로 책을 팠다.

“책, 글과 씨름하다 괴산에 눌러 앉은 게 20년 가까이 돼 가네요. 딱히 괴산과 인연은 없어요. 전국을 돌아다니다 여기 산이며, 들이며, 마을이 마음에 들어 뿌리를 내렸죠. 흙파고 몸쓰며 살려 했는데 또 글 농사를 짓고 있네요. 허허.”

글 농사의 출발은 사람들과 이야기 속에서 나왔다. 2009년 6월부터 귀농 지기 등 주민 10여명과 ‘다음 카페’에서 소소한 지역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2012년 대통령 선거 뒤 용기를 냈다. “촌에서 사는 사람들도 입이 있잖아요. 우리 이야기를 나누고 담을 그릇 하나 만들죠.”

누군가 뱉은 말은 곧 행동이 됐다. 창간 발기인 77명을 모으고, 괴산언론협동조합을 만든 뒤 인터넷 언론 <느티나무통신>을 창간하고 글 농사꾼으로 다시 변신했다.

“지역에서 우리 얘기를 할 수 있는 소통 공간이 필요하다.” 간단 명료한 변신 이유다. 언론사주(?)인 그는 시민기자 38명 가운데 가장 열심히 쓴다. 기사에 칼럼까지 종횡무진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글쓰기 학교일까?

“어쩌면 억압된 현재 사회 상황이 시민들의 표현 욕구를 키우고 있어요. 내면을 표현하고 또 사회를 창조적으로 바꾸려는 좋은 글이 많이 나와야 이 사회가 달라져요.”

그는 글을 가르치기보다 안내하려 한다. 지금 현직에서 글을 다루고 있는 이들을 두루 강사로 모셨다. 안건모 <작은책> 발행인이 생활글, 백승권 전 <미디어오늘> 기자가 실용 글쓰기, 이권우 <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 저자가 독후감·서평 등의 글을 두고 강의하고 이야기를 나눌 참이다. 수업은 특별한 형식이 없다. 사기막리 한옥 사랑채에 모여 살아온 이야기, 겪은 이야기, 재밌는 이야기를 서로 나누고 놀게 할 계획이다.

“그동안 농부들 주부들과 몇차례 글쓰기 모임을 했는데 ‘말과 글, 삶이 다르지 않다’며 글의 시각만 조금 바꿔 줬더니 모두 가히 천재성을 발휘하더군요. 마음가는 대로 쓰는 게 좋은 글이란 걸 새삼 알게 됐죠. 그래서 그냥 놀게 할 겁니다.”

그는 글쓰기 학교를 정례화하고, ‘느티나무통신’ 등 지역의 작은 언론들이 연대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말 잘하고 글 잘쓰는 이들이 참으로 많아요. 작지만 귀한 이들의 말과 글을 이어 주면 세상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sting@hani.co.kr, 사진 차광주씨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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