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도로법에 따라 평화의 소녀상 건립 불허”
부산의 청년들이 동구 초량동에 있는 일본영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허가하라고 담당 지자체인 동구에 촉구하고 나섰다. 동구는 평화의 소녀상이 도로법의 ‘도로를 점용할 수 있는 공작물과 시설 종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건립을 불허하고 있다.
부산의 청소년·대학생·예술인 등이 모여 만든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추진위)는 28일 동구 수정동에 있는 동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평화의 소녀상은 동구 초량동에 있는 일본영사관 앞 인도에 세워야 한다”며 동구에 건립 허가를 요구했다.
추진위는 “평화의 소녀상 건립은 우리 역사를 바로 세우고,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을 지키는 가치 있는 일이다. 다음 달 7일까지 박삼석 동구청장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추진위는 기자회견 뒤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건립 염원을 담은 부산 시민 8100여명의 서명을 동구에 전달했다. 추진위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동구청에서 부산진구 쥬디스태화까지 3.6㎞ 구간 거리 행진에 나섰다.
추진위는 지난해 12월28일 한·일 두 나라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합의 이후 일본영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합의 철회와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를 촉구하는 사람 소녀상 1인 시위를 나날이 이어가고 있다. 추진위는 이곳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시민 성금으로 모인 제작비가 6000여만원에 달한다.
추진위는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1주년인 오는 12월28일에 맞춰 일본영사관 앞에서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담당 지자체인 동구는 건립을 불허하고 있다.
앞서 동구는 지난해 도시재생 사업의 하나로 한국전쟁 당시 피난 행렬 동상을 부산진역 앞 인도에 설치했다. 추진위의 한 관계자는 “평화의 소녀상이 피난 행렬 동상과 법적으로 다를 것이 없는데, 평화의 소녀상 건립만 불허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8월 부산 시민 116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2.1%가 일본영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건립은 시민들이 바라는 일”이라고 말했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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