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이사장했던 영남대
“박정희·박근혜는 신이 아니다”
경북대·부산대 등 교수·학생들
잇따라 박 대통령 퇴진 성명내
시민·노동자 단체들도 동참
경적·피켓 시위 등 목소리 높여
“박정희·박근혜는 신이 아니다”
경북대·부산대 등 교수·학생들
잇따라 박 대통령 퇴진 성명내
시민·노동자 단체들도 동참
경적·피켓 시위 등 목소리 높여
지난주 중반부터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과 영호남, 충청, 강원, 제주 등 온 나라에서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하야’ 등을 요구하는 시국선언과 집회 등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텃밭’으로, 박 대통령 공개 비판을 삼가던 대구 등 영남지역에서도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대학교수, 대학생 등의 시국선언·집회가 줄을 잇고 있다.
■ 이른바 ‘왕립대학’의 반란 박 대통령이 재단 이사장을 했던 경북 경산의 영남대 학생들도 31일 학교 정문 앞에서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영남대는 박정희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 때문에 ‘왕립대학’으로 불리곤 한다.
‘영남대 학생 시국선언단’은 “87년 6월항쟁으로 어용학생회를 몰아내고 학내 민주주의를 꽃피운 학원 대투쟁으로 비리의 온상이었던 박근혜를 몰아낸 자랑스러운 역사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1980년부터 1988년까지 영남대 재단 이사장과 이사를 맡으며 영남대를 실질적으로 관리하다 학내 비리가 불거져 학원 민주화 운동으로 물러났다. 앞서 지난 27일 영남대 교내에는 박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대자보도 등장했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영남대 학생 이재영(25·산림자원학과)씨는 “이곳에는 반신반인이 있다. 우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현 대통령을 넘어서야 한다. 그들은 우리의 신이 아니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시국선언에는 영남대 학생 107명이 서명했다. 이날 대구 경북대에선 학생·교수·교직원·졸업생 500여명이 시국선언을 하고, 경북 포항 한동대에선 학생 40여명이 시국선언을 했다.
부산의 대학생·청년 시국선언단은 31일 동아대 승학캠퍼스 정문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청년 시국선언’을 발표해 “11월12일까지 10만명 서명운동을 벌여 서울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시국선언단은 대학과 직장 등에서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서명을 받고 현 시국에 대한 각자 의견을 적은 대자보 붙이기와 1인 시위를 벌이고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릴 계획이다.
부산대 교수 369명도 이날 학교 정문 앞에서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대통령이 오직 극소수 환관과 간신에게 의지하면서 민주주의 자체가 퇴행했다. 거국중립내각이 출범하는 즉시 박 대통령은 모든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대 민주동문회 회원들도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내어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으면) 37년 전 부마민주항쟁과 같이 국민의 저항으로 청와대에서 쫓겨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철도노조 부산본부 조합원 800여명은 이날 부산역 광장에서 ‘정부-전국경제인연합회-미르·케이스포츠재단 의혹’ 규명을 촉구하는 집회를 연 뒤 “박근혜 하야하라”고 외치며 중구 광복로까지 2.4㎞ 구간을 거리행진했다.
■ 엔포세대 “더이상 포기 못해” 경기도도 들끓었다. 도내 11개 대학으로 구성된 경기도대학생협의회는 이날 오후 1시 안산 한양대 에리카 교정 본관 앞에서 600여명의 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박 대통령은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모든 진실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찰은 최순실을 즉각 구속 수사하라”며 공동으로 시국선언을 했다. 처음 100여명으로 시작한 집회는 금세 600여명으로 커졌다. 서울예술대 학생 이지영씨는 “국민들과 약속을 지키지 않고 신뢰를 저버린 정권과 인물에게 이 나라를 맡긴다면 엔포세대인 우리는 또다른 많은 것을 더 포기해야 한다. 우리가 더이상 포기하는 것이 없도록 행동에 나서자”고 말했다.
인하대 교수 220명도 이날 시국선언을 내어 △박근혜 대통령 퇴진 △여야 정치세력의 거국내각 구성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 측근세력과 이에 결탁하여 국가 기강을 흔든 자들을 엄벌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한신대 총학생회와 교수노조, 직원노조, 총동문회, 민주동문회 소속 200여명도 이날 낮 12시30분께 경기 오산시 양산동 한신대 오월계단에서 ‘박근혜는 국민의 뜻 받들어 즉시 하야하라’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날 오전 10시 안산지역 43개 시민사회단체 대표와 시민 등 60여명(시민 982명 시국선언 서명)도 안산시청 앞 세월호 열린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안산시민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최순실의 꼭두각시 노릇을 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외쳤다.
■ 매일 두차례 전북 버스 경적 시위 호남지역에서도 대학교수와 대학생, 시민·단체들의 박 대통령 퇴진 촉구가 이어지고 있다. 전남대, 조선대 등 광주·전남지역 8개 대학 교수 466명은 이날 거국내각 구성 등을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뒤 앞으로 광주·전남 교수·연구자 비상시국회의를 결성해 국정농단 문제에 대응하기로 했다. 전남대 학생 711명은 이날 오후 광주 전남대 1학생회관 앞에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바지사장은 필요없다. 가짜는 청와대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꾸려진 전북진보연대는 이날 전북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이 위임한 공적 권력을 사유화해 봉건 전제군주로 군림하려 한 박 대통령에게 21세기 민주공화정을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북버스지부 소속 기사들은 지난 29일 버스 경적 시위와 피켓시위를 벌인 데 이어, 앞으로 매일 낮 12시와 저녁 6시30분 두 차례 3분간 경적 시위를 하기로 했다.
강원, 충청에서도 박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 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 시민사회단체 60여곳이 꾸린 ‘강원지역 비상시국선언’은 이날 오전 강원도청 앞 정문에서 ‘박근혜는 하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충북권 대학 총학생회연합회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릴레이 시국선언을 결의하고 먼저 충북대가 3일 시국선언을 하기로 했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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