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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몸 노인을 위한 ‘행복사랑채’

등록 2016-11-02 15:45수정 2016-11-02 21:02

해운대구 지난달 11일 문 열어
홀몸 노인들 “외로움 덜 수 있어 감사”

부산 해운대구가 홀몸 노인을 위해 반송동에 지은 행복사랑채. 해운대구 제공
부산 해운대구가 홀몸 노인을 위해 반송동에 지은 행복사랑채. 해운대구 제공
신아무개(76)씨는 아내와 이혼한 뒤 1988년부터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에서 두 자식과 함께 살았다. 신씨는 택시 기사로 일했지만 자식들이 자라면서 형편이 더 어려워졌다. 90년대 초반 성인이 된 자식들은 집을 나가 그와 연락을 끊었다. 홀로 남은 그는 외로움을 달래려 나날이 술에 기대 살았다.

그는 “10여년 동안 술만 마시며 살다 보니 삶이 황폐해졌다. 2006년 어느 날 아코디언 연주를 듣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부터 아코디언 등 악기 연주를 배워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씨는 주민음악회 등에서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맛에 삶을 이어갔다. 건강 문제로 택시 기사를 그만둔 뒤 그는 2010년 혼자 살던 집에서 나와 근처 30㎡ 면적의 빈 가게 건물에서 살며 폐지를 주워 판 돈으로 생활했다. 그는 다리 등 몸이 불편해진 2014년부터 폐지도 줍지 못해 기초생활수급비로 생계를 꾸렸다. 반송동 복지관의 홀몸 노인 생활관리사가 그의 딱한 사정을 알고 지난 8월 해운대구에 ‘행복사랑채’ 입주신청을 해 지난달 29일 입주하도록 했다.

부산 해운대구가 홀몸 노인을 위해 반송동에 지은 행복사랑채 방 안 모습. 해운대구 제공
부산 해운대구가 홀몸 노인을 위해 반송동에 지은 행복사랑채 방 안 모습. 해운대구 제공
행복사랑채는 해운대구가 홀몸 노인을 위해 만든 ‘도시형 공동생활가정(그룹홈)’이다. 해운대구는 4억7000여만원의 사업비로 반송1동에 2층짜리 주택을 사들여 다세대주택으로 리모델링하고 지난달 11일 입주식을 열었다.

이곳은 21㎡ 면적의 방 4개에 각각 주방과 화장실이 있어 네 가구가 입주할 수 있다. 2층에는 사랑방 공간을 따로 꾸며 홀몸 노인들이 어울릴 수 있도록 했다. 입주 기간은 3년이며, 주거비 등은 전액 해운대구가 지원한다. 보건소 간호사가 다달이 이곳을 방문해 건강검진을 하고, 복지관에서도 나날이 이곳을 찾아 안전·건강·치매 예방·한글·미술 강의를 한다.

2일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에 있는 홀몸 노인 공동생활가정 ‘행복사랑채’의 2층 사랑방에서 입주한 홀몸 노인들이 복지관의 치매 예방 수업을 듣고 있다. 김영동 기자
2일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에 있는 홀몸 노인 공동생활가정 ‘행복사랑채’의 2층 사랑방에서 입주한 홀몸 노인들이 복지관의 치매 예방 수업을 듣고 있다. 김영동 기자
2일 행복사랑채 2층 사랑방에서 만난 신씨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바닥이 따뜻해 잠자리도 편하고, 주방, 티브이, 에어컨, 냉장고 등 살림이 다 갖춰져 어려움이 없다. 이웃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외로움을 덜게 돼 무엇보다 행복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민 이아무개(79)씨도 “싱크대와 화장실이 있는 집에서 살 수 있고, 말벗까지 생겨 기쁘고 고맙다”고 울먹였다.

백선기 해운대구청장은 “홀몸 어르신의 고독사 등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어 한 곳에 살면서 서로 의지하고 보살필 수 있는 행복사랑채를 운영하게 됐다. 행복사랑채를 추가로 짓고 다양한 노인복지 정책을 펴겠다”고 말했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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