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낮 12시 계명대 학생 100여명이 대구 성서캠퍼스 옛 바어우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사상 최대 국기 문란 사건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저항하는 대구·경북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가톨릭대학 신학대학원, 포스텍,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에서는 대학 설립 이후 처음으로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했다. 보수적인 대구·경북에서 이처럼 많은 학교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하는 것은 1987년 6월 항쟁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대구가톨릭대 대신학원(대구 중구) 신학생들은 2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학생들은 시국선언문에서 “우리는 민주주의의 죽음에 애도를 표한다. 그리고 현 정권의 민주주의 살해를 규탄한다. 이는 어제 민주화를 위해 죽어간 수 많은 사람들에 대한 모독이다. 내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누려야 할 더 나은 민주적 세상의 가능성에 대한 매장이다”고 비판했다. 학생들은 이어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책임 있는 구체적 행동을 보이라. 사법부는 청와대 등을 성역 없이 수사하고 책임자들을 엄벌에 처해 정의를 확립하라. 언론인은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여 정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고 요구했다. 대구가톨릭대 대신학원 신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한 것은 1982년 설립 이후 처음이다.
계명대(대구 달서구) 학생들도 이날 시국선언을 했다. 이 학교 학생 100여명은 이날 낮 12시 성서캠퍼스 옛 바어우관 앞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은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하라. 박근혜 대통령은 이 사태를 수수방관한 측근들과 함께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으라”고 요구했다. 미술대학 학생 30여명도 이날 오후 5시 대명캠퍼스 민주광장에서 시국선언을 했다. 학생들은 총학생회가 움직이지 않자 직접 시국선언을 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대구 달성군)과 포스텍(경북 포항)에서는 대학 설립 이후 처음으로 총학생회가 시국선언을 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융복합대학 총학생회(회장 금준호)는 지난달 29일 오후 1시 대학 시간정원에서 시국선언을 했다. 포스텍 총학생회(회장 김상수)도 지난달 31일 오후 1시 대학 대강당 앞에서 시국선언을 했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은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과학기술특성화대학으로 2004년 설립돼 2014년부터 학부생을 받았다. 포스텍은 1986년 설립됐다.
대구·경북에서는 지난달 28일 낮 12시 경북대 총학생회(회장 박상연)가 박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한 것을 시작으로 다른 대학 학생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총학생회가 시국선언을 하지 않으면 학생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모여 시국선언을 했다. 지금까지 대구·경북에서 주로 경북대를 중심으로 시국선언을 한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영남대 학생들은 총학생회가 별다른 움직임이 없자 지난달 31일 오전 11시 경북 경산 영남대 정문 앞에서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경북 포항 한동대 총학생회(회장 백이삭)는 지난달 29일 오후 1시 효암 채플 앞에서 시국선언을 했다. 경북 경산 대구대 총학생회(회장 박기덕)도 지난 1일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현재까지 대구·경북에서 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한 대학은 8곳인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구 남구 대구교대 총학생회(회장 김태환)는 3일 오후 1시 대한 본관 앞에서 시국선언을 할 계획이다. 시국선언문만 발표한 대구대 총학생회도 별도로 모여 시국선언을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 학생들도 시국선언을 논의하고 있다.
대구/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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