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까지 영진전문대 누리집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이 대학 방문 사실이 크게 실려있었다. 하지만 영진전문대는 최근 박 대통령의 방문 내용을 누리집에서 아예 삭제했다. 영진전문대 누리집 갈무리
최순실(60)·정윤회(61)씨가 20여년 전 대구 영진전문대학에 일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뒤 2014년 전문대학 중에서 처음으로 영진전문대를 방문한 바 있다.
영진전문대는 3일 “정윤회씨가 1993년 대학 시간강사로 위촉된 것을 확인했다. 당시 해당 학과 전임교수가 추천해 학과장 승인으로 위촉됐으며, 학과에서 추천서와 이력서 등을 받아 대학 교무부서로 제출했다”라고 밝혔다.
정씨는 그해 1학기에 관광과에서 경영학 원론(3학점) 수업을 맡았다. 그해 2학기에는 같은 학과에서 여행사 경영론(3학점) 수업을 했다. 당시 공식 채용공고는 하지 않았다. 영진전문대는 정씨가 한해만 시간강사로 일했다고 설명했다.
정씨의 전 아내이자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불리는 최순실씨는 1988년 3월2일 영진전문대 부설유치원 부원장에 취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씨는 1993년 2월까지 5년 동안 부원장을 맡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는 정씨와 최씨가 결혼(1995년)하기 전이다.
대구·경북에 특별한 연고가 없는 최씨와 정씨가 왜 대구 영진전문대에서 일을 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태어난 곳이 확인되지 않은 최씨는 서울에서 살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씨는 강원도에서 태어나 주로 서울에서 살았다.
이들이 유치원 부원장과 시간 강사를 맡았던 당시는 박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하기 전이다. 박 대통령은 1998년 대구 달성군 보궐선거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국회의원을 지냈다. 영진전문대 설립자는 경북 성주에서 태어났다.
박 대통령은 전문대학 중에서는 처음으로 2014년 9월15일 영진전문대를 방문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대구에 내려와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확대 출범식에 참석했다. 이후 지역 기업인들과 오찬을 한 뒤 오후에 마지막 일정으로 영진전문대를 찾았다. 당시 박 대통령의 방문은 영진전문대에서도 이례적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당시 영진전문대의 학교법인 영진교육재단 설립자인 최달곤(83)씨는 학교 돈 32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었다. 때문에 당시 지역사회에서는 박 대통령의 영진전문대 방문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대구지법 형사11부(재판장 김성엽)는 그해 10월10일 설립자 최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영진전문대 쪽은 “정씨와 최씨가 학교에 있던 1988~1993년은 박 대통령이 여당(당시 민정당·민자당)에 입당하기도 전이며 정씨와 최씨의 영향력이 없던 시기다. 대학과 최씨 등은 특별한 관계가 전혀 없다. 관련 보도로 대학 입시와 학생들의 취업에 영향이 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라고 밝혔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