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석 세워진 정읍시 야산 무덤 발굴 중 조선 중기 회곽묘 발견
규모와 형식 등 판단 결과, 고고학계 녹두장군 무덤 아니라고 평가
규모와 형식 등 판단 결과, 고고학계 녹두장군 무덤 아니라고 평가
동학농민혁명 지도자인 녹두장군 전봉준(1855~1895)의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 발굴 조사가 중단됐다. 조사과정에서 무덤이 동학혁명 훨씬 이전의 것이라는 근거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등은 7일 전봉준 장군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전북 정읍시 옹동면 비봉리 야산 발굴작업을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전봉준 장군의 무덤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는 게 재단 쪽 설명이다. 발굴조사에서 조선시대 회곽묘를 발견했는데, 묘의 규모·형식 등을 고려할 때 동학혁명이 일어난 19세기가 아니라 17세기 조선 중기 무덤이라는 고고학적인 평가가 나왔다. 회곽묘는 나무로 짠 관 주변 전체에 석회를 부어 돌처럼 굳힌 구조다. 두께가 35㎝가량인데다 단단해 미이라처럼 시신이 썩지 않고 오래 보존되는 특징이 있다.
재단 쪽에서 발굴 의뢰를 받은 전라문화유산연구원은 지난달 18일 비봉리 야산에서 개토제를 지내고, 전봉준 장군 무덤으로 추정되는 ‘장군천안전공지묘’(將軍天安全公之墓)의 무덤 발굴조사를 시작했다. 이곳에선 30여년 전 높이 1m의 비석이 발견돼 주민들 사이에는 전봉준의 묘로 전해져왔다. 그러나 비석에는 세워진 연대, 조성주체, 가계 등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 일부에서는 전봉준이 ‘천안 전씨’라는 점에서 그의 묘일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이병규 동학농민혁명재단 연구조사부장은 “가능성이 많지 않았지만 비석과 구전 근거에 따라 발굴을 추진했다. 그러나 회곽묘가 나와 더이상 발굴의미가 없어져 중단했다”고 말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등은 8일 오후 2시 정읍 동학농민혁명기념관에서 이와 관련한 설명회를 연다. 이후 추가 발굴여부는 정읍시나 천안 전씨 쪽에서 결정한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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