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북부경찰청, 조직원 81명 붙잡아 두목 등 17명 구속
전두환 전 대통령 아들 재용씨에게서 20억원을 갈취하는 등 전국을 무대로 각종 이권에 개입해 폭력을 행사해온 ‘통합 범서방파’ 조직원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통합 범서방파 조직원 81명을 붙잡아 이 가운데 두목 정아무개(57)씨 등 17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2012년 1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인 전재용(52)씨가 관계된 경기도 용인의 한 건설사 소유 땅 이권 문제에도 개입했다. 건설사에 채권을 가진 전씨가 토지 공매 신청을 하자 땅 주인이 이를 막기 위해 범서방파에 청부했고, 이에 조직원 40여명이 몰려가 해당 토지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위력을 과시한 뒤 철수 대가로 전씨에게서 20억원을 갈취했다.
통합 범서방파는 1977년 김태촌이 만든 서방파의 후신으로, 김태촌의 구속과 정부의 ‘범죄와 전쟁’으로 인해 범서방파 등으로 분열과 와해를 반복하다가 2008년 7월 함평·화곡·연신내 범서방파 등 3개 조직 60명이 다시 뭉치면서 재탄생한 조직이다. 이들은 2008년 경기도 양평의 한 리조트에서 조직 통합 결성식을 열고 ‘선배의 지시는 무조건 따른다’, ‘선배에게 90도 인사한다’ 등 행동강령을 가르친 뒤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위력을 과시했다.
통합 범서방파는 2009년 9월에는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장에 난입해 제작진을 집단 폭행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당시 배우 이병헌과 강병규의 갈등으로 촉발돼 화제를 모았다. 당시에는 조직폭력배 중 일부만 벌금형을 받으며 사건이 마무리됐지만, 이번 경찰 수사로 10여명이 조직적으로 개입된 사실이 확인됐다.
같은 해 11월에는 서울 강남에서 조직원 150명을 동원해 부산 기반의 폭력조직과 대치하는가 하면, 앞서 8월에는 전북 김제의 한 교회에 들어가 신도들을 소화기로 폭행하는 등 이들은 전국을 누비며 폭력을 휘둘렀다.
강남 대치 사건을 계기로 서울지방경찰청이 수사에 나서 통합 범서방파의 한 축인 함평계열 조직원들이 무더기로 검거돼 위세가 위축되기는 했지만, 이들은 지난해와 올해 초 법원 경매장에 난입해 경매를 방해하는 등 범행을 멈추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조직원들에게 “정신과 치료를 받은 뒤 경찰에 진술하라”고 지시하는 등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를 통해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연신내와 화곡 계열 주요 조직원이 대부분 검거됐다. 와해와 결집을 반복하는 조직폭력 특성상 완전히 조직이 와해했다고는 말하기 힘들지만, ‘3대 폭력조직’ 가운데 하나인 범서방파는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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