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 빼돌린 돈 일부로 가족 명의 엘시티 아파트 4가구 계약
검찰, 이 회장이 빼돌린 회삿돈 576억원 사용처 집중 조사
검찰, 이 회장이 빼돌린 회삿돈 576억원 사용처 집중 조사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앞에 짓는 초고층 아파트·호텔단지 ‘엘시티’ 시행사 회장 이영복(66)씨가 가짜 분양대행업체를 앞세워 회삿돈 92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한겨레> 취재 결과, 엘시티 시행사인 엘시티 피에프브이(PFV)는 2013년 9월 청안건설과 매출액의 2%를 지급하는 아파트 분양대행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청안건설은 2014년 8월 포스코건설 하청업체 ㅇ사와 아파트 계약을 성사시키면 가구당 500만원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엘시티 피에프브이는 20개 업체로 구성됐는데 청안건설이 27%의 최대지분으로 사실상 시행사 업무를 주관하고 있다. 이씨는 청안건설 회장을 맡고 있다.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7월 시행사에 뒤늦게 문제를 제기했다. 분양대행 실적이 없는 청안건설과 체결한 계약을 해지하고 분양대행 전문업체로 변경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이씨는 지난해 10월 ㅇ개발이라는 유령회사를 만든 뒤 시행사·ㅇ사·ㅇ개발 간 3자 분양대행 계약을 맺었다. 아파트 한 가구를 분양하면 ㅇ사가 500만원, ㅇ개발이 1200만원의 수수료를 받기로 했다.
시행사는 지난해 10월 ‘해운대 엘시티 더샵’ 분양에 나섰고, 839가구 청약에 1만4969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17.8대 1로 분양을 마감했다. 분양값은 엘시티 아파트가 3.3㎡당 2700만원, 펜트하우스가 3.3㎡당 7200만원을 기록했다.
이씨는 지난해 12월1일 ㅇ개발이 정상적으로 분양을 진행한 것처럼 꾸며 엘시티 자금관리를 맡은 ㅎ신탁으로부터 450여가구 분양대행 수수료 59억원을 받는 등 지난 6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92억원을 받았다. 이씨는 분양대행 수수료 6억원으로 가족 세 명의 이름으로 분양받은 엘시티 아파트 4가구분 계약금 등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2일 구속된 이씨를 상대로 분양대행 수수료 92억원을 포함해 횡령한 회삿돈 576억원의 사용처를 캐고 있다. 이씨는 검찰에서 “빼돌린 돈 대부분은 사업자금을 갚거나 생활비 등으로 썼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업 인·허가를 받기 위해 정·관계 인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의혹과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지목받고 있는 최순실씨와 계모임을 함께 했다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엘시티는 해운대해수욕장 앞 6만5934㎡ 터에 짓는 101층짜리 주거형 호텔 1채, 85층짜리 아파트 2채의 초고층 복합단지로, 2조7000억원을 들여 2019년 11월 완공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없었지만 부산시가 건축물 높이 제한을 풀어 지구변경·경관지침을 완화해줬다.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