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춘천에서 열린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김진태 국회의원 사무실 앞까지 행진을 했다. 참가자들이 김진태 의원 사무실 앞에서 사퇴를 촉구하며 촛불을 밝히고 있다. 춘천/박수혁 기자 psh@hani.co.kr
“내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고, 더 좋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나왔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춘천 망신’ 김진태 국회의원은 함께 물러나야 합니다.”
19일 전국 곳곳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리는 가운데 강원 춘천에는 시민들이 모여 박 대통령뿐 아니라 김진태 국회의원도 함께 퇴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의 지역구는 강원 춘천이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100만 촛불’에 대해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 민심은 언제든 변한다”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다.
김 의원 발언을 의식한 듯 이날 춘천 석사동 로데오거리 인근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는 시민 상당수가 엘이디(LED) 촛불을 들고 참여했다. 바람이 불어도 촛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항의의 뜻인 셈이다.
19일 춘천에서 열린 춧불집회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과 김진태 의원 동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춘천/박수혁 기자
이날 한 시민은 김 의원의 발언에 항의하는 뜻에서 엘이디(LED) 촛불 500개를 사서 집회 현장 인근에서 무료로 나눠줘 눈길을 끌기도 했다.
또 본인들을 춘천 70년생 개띠 모임이라고 밝힌 시민들은 ‘김진태 X 소리에 쪽팔려서 못 살겠다!!’는 내용이 적힌 펼침막을 들고 나와 참가한 시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펼침막을 든 이교선(47)씨는 “김진태 의원의 촛불 발언 등 계속된 막말 발언 때문에 다른 지역에 사는 지인들로부터 ‘왜 그런 사람을 뽑았냐’ ‘더는 춘천에 놀러 안 간다’는 식의 항의를 많이 받았다. 춘천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러워 반성과 항의의 의미에서 펼침막을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19일 춘천에서 열린 춧불집회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과 김진태 의원 동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춘천/박수혁 기자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자신을 73살 석사동 주민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무대에 올라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를 박 대통령이 모른다면 대통령 자격이 없는 것이다. 알면서도 이를 무시해다면 주권자인 국민을 우롱한 것이다. 대통령과 최순실 사단은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유린하고 국정을 농단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인 이아무개군도 무대에 올라 “김진태 의원이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과 민주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빨갱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많은 시위가 일어났는데 그 사람 모두가 빨갱이었냐. 우리는 빨갱이가 아닌 진정한 민주화를 이루려고 노력하는 국민들이다”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19일 춘천에서 열린 춧불집회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과 김진태 의원 동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춘천/박수혁 기자
춘천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집회를 마친 뒤 로데오사거리에서 스무숲을 거쳐 1㎞ 구간을 행진한 뒤 김진태 의원 사무실 앞에서 항의 집회를 이어갔다.
이날 춘천 뿐 아니라 강원도내 10개 시·군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강원도내 18개 시·군 가운데 절반이 넘는 10개 시·군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위한 촛불집회가 열린 셈이다.
춘천/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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