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동물공화국인가. 한때는 쥐가 설쳐대더니 곧바로 닭이 등장했고, 청와대 진돗개가 회자되더니 미르재단 용에서 정유라의 말까지 튀어나왔다. 그중에 가장 압권은 대한민국 교육부 관리라는 자가 했던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고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는 말이었다.
‘그렇다/ 민중들은 개?돼지다/ 이것이 사실이고 현실이고 진실이다/ 1% 주인이라는 것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민중들이 자신이 개?돼지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달은 민중들이 봉기를 하는 것이다’(김경훈의 시 ‘민중은 개?돼지다!’중에서)
자신이 개·돼지라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은 민중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100만을 훌쩍 넘는 민중들이 연일 대한민국 곳곳을 거대한 촛불의 물결로 뒤덮고 있다.
제주에서도 지난 10월29일 시작된 첫 촛불집회 이후 집회 참여 인원이 매주 천명 이상 단위로 불어나고 있다. 지난 19일의 제5차 제주도민 촛불집회에는 6천명 이상의 시민·학생들이 제주시청 일대를 거대한 촛불의 용틀임으로 만들었다.
유행가 가사처럼 ‘나의 작은 손에 초 하나 있어 이 밤 불 밝힐 수 있다면 촛불잔치를 벌려보자’고 자발적으로 모인 사람들이 ‘촛불의 혁명’을 공유하였다. 민중의 이름으로 박근혜 정권에게 내란과 외환 국가기밀누설 등의 혐의를 물어 파면을 통보하였다. ‘전 우주가 나서서 도와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퇴진하는 것만이 중죄를 감형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모두가 분노를 한데 모아 선언하였다.
이 촛불은 누군가의 말처럼 바람이 불면 꺼지는 그런 약한 불이 아니다. 바람이 불면 불수록 거대한 횃불로 온 나라 들불로 더 크게 번질 것이다. 다 된 밥에 숟가락 하나 슬그머니 얹으려는 작태가 아니라, 집회에 머릿수 하나라도 보태려는 그 자발적 헌신들이 모이고 또 모이면 그 누구라도 그 어떤 무엇이라도 그 불을 막을 수 없다.
촛불집회에 참가한 많은 민중, 그중에서도 특히 청소년들의 가슴엔 민주주의에 대한 소중한 인식과 체험이 유전자처럼 각인되어 있다. 이들이 있기에 꺼지지 않는 촛불의 혁명은 이 나라를 정의와 진실의 새 역사로 자리매김하는 희망으로 타오르는 것이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는 민중들의 ‘박근혜 퇴진’ 사자후(獅子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의 버티기는 계속되고 있다. 그가 전에 말했듯이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을 차리고 나가면 해낼 수 있다’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민중들의 저항을 하이에나 떼들의 악다구니나, 메뚜기 떼들의 일시적인 침탈로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만약에 정말로 그렇다면, 짐승의 언어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그들은 결국 현실의 쥐덫과 역사의 닭장, 그 준열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비참한 말로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박정희와 그 모든 독재자가 밟았던 파멸의 길로 그들 또한 가게 될 것이다. 민중들이 자신이 개?돼지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제 봉기의 횃불을 치켜들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당당히 선포하였기 때문이다.
‘그래/ 개가 되어주마 개가 되어서/ 너희 천박한 닭의 무리 대가리를 물어뜯어 주마/ 그래/……/ 그리하여 1% 짐승들에게 분명하게 말해주마/ 민중들은 개가 아니라고/ 돼지가 아니라고/ 여기 사람들이 있다고/ 여기 사람 세상 왔다고/ 너희들의 폐허 위에서 당당히 말해주마’ (김경훈의 시 ‘민중은 개?돼지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