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학재 의원 지역구에 있는 한 시민단체 회원이 이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이 속속 드러나면서 박 대통령을 친분을 과시해 인천시장과 국회의원에 당선된 정치인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인천에서 박근혜 정권의 실세로 불려온 정치인은 한나라당 대표와 대통령 후보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유정복 시장과 이학재 의원(인천 서구갑),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민경욱 의원(연수을), 윤상현 의원(남구을) 등 4명.
이들은 2014년 6월 인천시장 선거와 올해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당선됐다.
특히 유 시장은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친분과 친박 실세임을 앞세운 ‘힘 있는 시장론'으로 표를 모아 인천시장에 당선됐다. 유 시장은 2005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 비서실장에 발탁되면서 원조 친박으로 불렸고, 17대 대선 때는 박근혜 경선 후보 비서실장, 18대 대선 당시 박 후보의 선대위 직능총괄본부장을 맡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유 시장은 행정자치부 장관에 취임했다.
그러나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이 적나라게 드러나고 박 대통령이 사실상 주범이라는 검찰의 발표 이후 박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들이 거꾸로 시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와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는 최근 “유 시장은 베일에 싸인 박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하는 친박의 대표인물이다. 그래서 최순실과 그 일가의 영향력과 국정개입을 너무나 잘 알았을 것으로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역시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후보 시절 비서실장을 지낸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은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법에 반대표를 던졌다가 지역구 주민들이 1인시위를 하는 등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인천시장 출마를 준비하던 2014년 1월 자서전 출판기념회와 기자 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저와의 관계는 운명적으로 가까운 사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2012년 총선 기간 3번 등 선거를 전후해 이 의원의 지역구를 4번씩이나 방문해 지원유세를 폈고, 대통령이 된 후에도 2016년 총선 직전인 설명절 전날 이 의원 지역구에 있는 재래시장을 이 의원을 대동하고 방문해 관권선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야권은 “친박 실세로서 대통령에게 많은 특혜를 받은 이 의원이 지난 10월 말 비박계를 중심으로 발표한 ‘이정현 퇴진 성명서’에 이름을 올리는 등 갈지자 행보를 이해할 수 없다”며 “(이 의원은)자신의 약속대로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 하는 것이 진박으로서의 정치적 도의”라고 비판했다.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진박중의 진박인 유 시장 등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입장과 박근혜표로 당선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박 대통령을 업고 당선된 지역 정치인들의 수난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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