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면교차로에 모인 시민들이 집회가 1시간 이상 남았는데도 비옷을 입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집회 1시간 전 부산 서면교차로 도로에 시민들이 비옷을 입고 무대 방향으로 앉아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6일 오후 6시께 부산도시철도 1호선 2번 출구 앞 서면교차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1시간 이상 더 남았지만 부산역 방면 왕복 7차로 가운데 5차로가 우산으로 뒤덮였다. 오후 5시부터 모여들기 시작한 시민들은 오후 6시가 되자 5000여명이 넘었다.
시민들은 “박근혜를 구속하라”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왕복 5차로 200여m를 메웠다. 집회 시간이 다가올수록 우산으로 뒤덮인 도로는 늘어갔다. 사회자가 뒷사람을 위해 앉아달라고 하자 먼저 온 시민들은 빗물이 흥건한 아스팔트 바닥에 그대로 앉았다. 시민단체가 스티커 등 집회용품 구입비 등에 사용하기 위해 도로 옆에서 판매하는 돗자리와 비닐로 된 비옷을 구입해 깔고 앉았다.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 등이 적힌 스티커 등을 구입하고 있다.
자녀를 데리고 온 부모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40대 주부는 초등학교 3학년인 자녀와 함께 세월호 희생자를 추억하는 노란색 리본을 나눠줬다. 이동훈군은 “대통령이 나라를 엉망으로 만들어서 엄마와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앞서 오후 4시부터 10대 청소년들이 서면교차로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서 시국선언대회를 열었다. 중·고교생들은 “양파를 까듯이 비리가 계속 나온다. 박 대통령이 퇴진하는 것이 우리의 행복이다. 새누리당도 공범이다. 새누리당은 해체하라”고 외쳤다. 여학생 2명은 가요를 개사해 만든 박근혜 퇴진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해 박수를 받았다. 전교 부회장이라고 밝힌 중학교 3학년 민아무개(16)군은 “요즘 뉴스가 드라마같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그 분(박 대통령)이다. 반만년 역사를 교과서 1개로 정리하려 하고 성노예를 강요당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10억엔을 받고 팔았다”고 비난했다.
여학생들이 가요를 개사한 박근혜 퇴진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고 있다.
60~70대도 집회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김아무개(66)씨는 “역대 정권의 비리가 있었지만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은 차원이 다르다. 대통령이 꼭두각시라는 말인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소가 웃을 일이며 세계적인 망신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원봉사자들과 경찰은 노란조끼를 입고 차량을 통제했다. 경찰은 “불미스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평화적인 집회가 되도록 최대한 돕겠다”고 밝혔다.
오후 5시부터 동보서적 뒤편 사거리에선 연설회가 열렸다. 또 집회장 근처에선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다. 일부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펼침막을 작성하고 촛불을 그리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서명운동도 벌어졌다. 부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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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과 엄마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글을 적은 종이를 들고 노란 리본을 나눠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