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참느라 힘들었다” 수능 끝낸 고3들 제주 촛불집회 대거 참가

‘청소년에게 투표권 달라’며 촛불집회장에서 수행평가하는 여중생들도 눈길

수능을 끝낸 제주사대부고 3학년 학생들이 26일 오후 제주시청 앞 도로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제6차 제주도민 촛불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참느라 힘들었어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보고 처음부터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수능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다가 이제서야 나오게 됐어요.”

26일 오후 5시 제주시청 앞 도로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제6차 제주도민 촛불집회에 참가한 양준혁(19·제주사대부고3)군은 “지난 17일 수능이 끝나도 논술시험과 면접 때문에 참가하지 못했다. 오늘은 후배들한테 참가를 독려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양군은 같은 학교 친구 3명과 함께 집회에 참가했다.

온종일 궂은 비가 내리고 추워졌는데도, 삼삼오오 우산을 받쳐 들거나 비옷을 입고 모여든 제주도민·학생들은 이날 오후 7시가 되자 2천여명으로 늘어났다. 같이 온 김이영(19)군은 “선출 받지 못한 권력은 권력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최순실이 국가를 농단한 데 대해 분노하지 않을 국민이 어디 있어요”라며 촛불을 들었다. 김군은 “저는 나흘 동안 밤새우면서 지원 대학에 자기소개서를 써도 모자랐는데 어떻게 정유라는 손쉽게 좋은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느냐”고 분개했다.

옆에 있던 강희승(19)군은 “부모가 공무원이다”라며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한다. 우리는 피땀 흘려 공부해도 모자란데…”라고 했고, 김규범(19)군은 “매일 언론에서 나오는 의혹들을 보면 말이 나오지 않는다. 박근혜가 보기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제주시 표선면 세화리 주민 현승훈씨는 이날 촛불집회 주최 쪽에 참석자들에게 나눠달라며 햄버거 200개를 기증해 참가자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제주시내 여중생들이 26일 제주시청 앞에서 열린 제6차 제주도민 촛불집회에 참가해 시민과 학생들을 상대로 ‘청소년 투표권’ 찬반 의견을 조사하고 있다.

촛불집회장에서 수행평가 과제를 해온 제주시내 여중생들은 이날도 수행평가로 ‘청소년 투표권’ 팻말을 들고 다니며 시민들의 견해를 물었다. 김수연(15·제주여중2)양은 “투표권이 없는 청소년들은 시위 말고는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보면서도 투표할 수 없다”고 했다. 옆에 있던 김은진(15)양은 “어른들은 투표로 잘못된 것을 심판할 수 있지만 우리 청소년들은 그렇지 않다”고 했고, 친구 강수현(15)양도 “만 15살 이상이면 투표권이 있어야 한다”며 웃었다.

제주/글·사진 허호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