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저녁 제5차 경남시국대회에 참가한 최아무개양(왼쪽)과 조아무개양. 두 학생은 “공부를 하는 것보다 승마를 배우는 것이 좋겠다”며 현 시국을 비꼬았다.
“공부할 시간이 있으면, 그 시간에 승마를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요즘은 공부하다 힘들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대형 마트에서 말은 왜 안 팔죠?”
경남 창원 성지여중 1학년생인 최아무개(14)양과 조아무개(14)양은 자신들이 말을 하고 자신들이 까르르 웃었다.
26일 저녁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광장에서 열린 ‘제5차 경남시국대회’에 참가한 최양과 조양은 “공부를 잘하지는 못해도 열심히 하는 편인데, 정유라 관련 뉴스를 본 뒤 요즘은 너무 공부하기 싫다”고 말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집회하는 곳에 왔어요. 일주일 전 같은 반 친구가 촛불집회에 갔다 온 이야기를 하길래, 이번엔 우리도 촛불집회에 가자고 친구들끼리 약속하고 나왔어요.”
조양은 “걱정하실 것 같아, 부모님께 이야기하지 않고 나왔어요”라며 이렇게 말했다.
두 학생은 묵직해 보이는 가방을 메고 있었는데, 정작 가방 안에는 책 대신 담요·깔개·우산 등이 들어있었다. 최양은 “집회가 끝날 때까지 있으려고 단단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최양은 “요즘 아버지가 뉴스를 보실 때마다 나라 걱정을 하셔요. 학교에선 친구들끼리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욕도 하구요, 정보도 많이 공유해요. 선생님도 정치적 상황을 설명해주시고요. 그래서 우리도 알 것은 모두 안다고 생각해요. 박근혜 대통령은 즉시 하야해서 수사받고 처벌받아야 합니다”라고 당차게 말했다.
조양은 “대통령은 권한도 막강하지만, 책임도 일반 국민보다 더 크게 지고 있는 사람이잖아요. 그렇다면 대통령이 잘못을 저질렀다면 당연히 거기에 걸맞게 일반 국민보다 더 큰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나도 이제 승마만 배우면 이화여대에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말은 어디서 팔아요?” 두 학생은 인파 속으로 섞여들어 가며 또 까르르 웃었다. 창원/글·사진 최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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