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제주시청 앞 도로에서 열린 제6차 제주도민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학생들이 우산을 들거나 비옷을 입고 인근 대학로를 돌며 ‘박근혜 퇴진’ 등을 요구했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촛불들은 제주시청 앞 도로를 가득 메웠다. 비 때문에 참가자들의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주최 쪽의 예상과는 달리 우산을 받쳐 들거나 온 가족이 비옷을 입고 온 참가자들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말을 빗대 “빗속에서도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26일 오후 5시부터 제주시청 앞 도로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제6차 제주도민 촛불집회는 집회를 시작한 지 2시간 남짓 지나자 2천여명 이상이 도로를 가득 메운 가운데 진행됐다.
비옷을 입고 열심히 촛불을 흔드는 가족도 있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 셋과 함께 집회에 참석한 세무사 김아무개(48·제주시 이도동)씨는 온 가족이 4주째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씨는 “요즘 시국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엿 같죠”라며 “우리 국민이 내는 세금이, 아주 고귀한 세금이 개인 창고에서 꺼내 쓰듯이 함부로 쓸 수 있느냐”고 분노했다. 김씨는 “집에서 아이들에게 어른이 되면 국정 역사교과서를 통과시키려는 박근혜를 절대 용서하지 말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집에만 있으면 말로만 하는 사람이 될 것 같아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26일 오후 제주시청 앞 도로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제6차 제주도민 촛불집회에 참가한 사람이 우산에 ‘박근혜 퇴진’ 손팻말을 붙여 놓았다.
유은숙(47·제주시 아라동)씨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분노하고 속상하다. 우리가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았을 때는 나라를 위해 일해 달라고 뽑은 것 아니냐. 그런데 자기 실속만 차린 것을 보고 정말 분노한다. 텔레비전을 보니 (의혹이) 캐도 캐도 나오는데 어떻게 실망하지 않을 수 있느냐. 그래서 나왔다”며 “가만히 있으면 나약할 것 같아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기 위해 나왔다”며 웃었다. 딸 현소정(12·초5)양은 “박근혜가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왔으면 좋겠어요. 학교에서 친구들과 얘기하는 화제가 대통령이 나라를 망쳤다는 얘기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정마을에서 지킴이 활동과 돌고래 보호활동을 벌여온 조약골씨는 ‘설러불라’(그만두라는 제주어) 콘서트에서 “박근혜와 삼성의 구상권을 끌어내자. 구상권을 철회해. 박근혜는 하야해”를 노래하며 구상권 철회를 요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콘서트가 끝난 뒤 ‘박근혜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제주시청 인근 대학로를 한 바퀴 돈 뒤 다시 제주시청 앞 도로에서 콘서트를 이어갔다.
제주/글·사진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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