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밤 광주 금남로에서 거리행진을 하는 시민들이 80년 5월의 애창곡 <훌라송>을 부르고 있다.
다행히 비가 그쳤다. 26일 저녁 8시30분 광주 금남로에서 거리행진이 시작됐다. 촛불집회를 끝낸 7만여 명의 시민들은 금남로를 따라 걷다가 두 갈래로 나눠 행진을 이어갔다. 충장파출소~광주천변 코스를 따라 걸었다. 사람들은 걸으며 구호를 외쳤다. 누군가 “박근혜를~”하고 선창을 하면, “처벌하라”라고 뒷소리를 함께 했다. 10대 어린이부터 70대 어르신들까지 걸었다. 중·고교생들의 모습도 많이 눈에 띄었다. 엘이디(LED) 촛불을 들고, 종이 팻말을 든 채 시민들은 구호를 외쳤다.
시민들의 주장은 8~9자의 짧은 말로 압축됐다. 누군가 “이제 그만, 말 좀 들어라~”라고 외치자, 함께 걷던 이들이 “와~”하고 웃었다.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에 수치심을 느꼈던 시민들은 구호로 이를 조롱했다. 그리고 “처벌”을 요구했다. 광주천이 보이는 거리에서 누군가 <아리랑>을 불렀다. 꽹과리가 장단을 맞췄다. 초등생 아들과 함께 걷고 있는 박준욱(43)씨에게 말을 걸었다. “수치심과 분노감이 크지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오고 있어요. 저도 3주째 토요일 촛불집회에 나오고 있어요.”
26일 밤 광주 시민 7만여 명이 박근혜 퇴진 구호 등을 외치며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광주일고를 지나 금남로 5가에 들어서니 ‘오른쪽’길로 돌았던 시민 대열이 보였다. 서로 박수를 쳤다. 그들은 옛 한미쇼핑~롯데백화점 코스를 돌아 금남로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이들 대열에선 서서히 움직이는 화물차 연단에서 사회를 봤다. “내려와라, 당장”하는 <하야송>이 인기였다. 사회자가 <훌라송>을 시작했다. 80년 5월 광주 시민들은 “전두환이 물러나라, 물러나라~”하며 이 노래를 불렀다. 2016년 <훌라송>의 가사는“박근혜는 퇴진하라, 퇴진하라~”로 바뀌었다.
금남로로 들어선 시민들은 좌우로 나눠 구호를 외쳤다. 왼쪽 대열에서 “박근혜를~”하고 운을 띄우면, 오른쪽 대열에서 “처단하라”고 외쳤다. 금남로로 들어서니 멀리 옛 전남도청이 보였다. 80년 5월 시민군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지켰던 5월의 상징공간이다. 금남로에서 시민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본무대에 가까워지자 무대에 나온 노래패들의 노래가 들렸다. “아~아~오월의 광주여! 혁명의 광주여~“ ‘영원한 청춘의 도시’인 광주에 뜨거운 열기가 용틀임하고 있었다.
광주/글·사진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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