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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부산·대구·광주…전국 40만 촛불 “박근혜 퇴진”

등록 2016-11-26 22:38수정 2016-11-27 01:31

26일 온나라가 하루 종일 비 또는 눈이 내렸고 기온도 뚝 떨어졌지만, 눈비 속에서도 전국의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이날 서울 뿐만 아니라 대전, 청주, 대구, 부산, 울산, 창원, 전주, 광주, 제주 등에서도 지난주 토요일에 이어 촛불 집회가 열려 한 목소리로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이날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곳곳에서 비나 눈이 내려 촛불집회 주최 쪽은 참가자들이 줄어들 것으로 걱정했지만, 청주와 대구, 제주 등에서는 오히려 예상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우산을 들거나 비옷을 입고 촛불집회에 참가해 ‘바람이 불어도 비가 내려도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비와 눈으로 젖은 도로에 앉은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오늘 날씨가 춥고 비가 와서 사람들이 덜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이라도 작은 힘을 보태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궂은 날씨마저 소재로 삼아 집회를 축제처럼 즐겼다. 경남 창원에서 열린 경남시국대회에서는 초겨울 날씨에 비까지 내리자 참가자들은 “대통령에게 내려오라고 재촉하는 비까지 내린다”고 대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충북 청주에서는 비와 눈이 오락가락하자 “하늘에서 하야 눈이 내린다”며 좋아했다.

이날 역시 전국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쓰레기를 치우고 가져온 촛불 등을 모두 되가져 가는 등 평화집회를 마친 뒤 ‘질서있는 귀가’를 했다.

[부산] 사상 최대 15만명 거리행진… “울화통 터져 나왔다”

26일 저녁 부산 서면교차로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시국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도로에 앉아 발언을 듣고 있다. 부산/김광수 기자
26일 저녁 부산 서면교차로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시국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도로에 앉아 발언을 듣고 있다. 부산/김광수 기자
“까도 까도 끝이 없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26일 오후 7시30분 부산도시철도 1호선 2번 출구 앞에 모여든 수많은 촛불은 빗방울이 떨어져도 꺼지지 않았다. 사회자가 “15만명이 모였다“고 말하자 시민들은 “와~”하며 함성을 질렀다.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가 주최하는 네 번째 토요일 집회가 사상 최대 인파를 기록했다.주최 쪽 발표를 기준으로 했을 때 15만명을 기록했다. 광주시민을 학살하고 정권을 잡은 군부독재를 몰아내기 위해 학생들과 시민들이 어깨를 걸고 도로를 누볐던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거리집회 참가자가 가장 많았던 지난 19일 10만명의 기록을 또 다시 넘어선 것이다.

고교생인 딸을 데리고 나온 김진경씨는 “나는 그동안 딸의 공부를 방해할까봐 딸에게 촛불집회에 참석하자는 말을 못했다. 딸은 내가 걱정할까봐 같이 촛불집회에 가자고 못했다고 한다. 민주주의 체험을 하기 위해 처음으로 참석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비옷을 입고 서면교차로에서 부산역 방향 7차로 가운데 5차로에 앉았다. 나머지 2개 차로를 통해 차량들이 양방향 통행했다. 시민들이 앉은 도로의 길이는 600여m가 됐다. 무대를 보지 못하는 시민들은 도로 사이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와 대형 스피커를 통해 구호를 따라했다. 서면교차로에서 부산역 방향 왼쪽 인도는 사람들이 다니지 못할 정도로 가득해 경찰이 길을 열어달라고 외치며 돌아다녔다.

부산 서면교차로를 출발해 두 방향으로 나뉘어 거리행진을 벌인 시민들이 문현교차로에서 다시 만나 정리집회를 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 서면교차로를 출발해 두 방향으로 나뉘어 거리행진을 벌인 시민들이 문현교차로에서 다시 만나 정리집회를 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시민들이 무대에 올랐다. 80대 할머니는 “박근혜가 하는 짓을 보고 울화통이 터져서 나왔다. 부산시민들이 새누리당을 끝장내 달라”고 했다. 이 할머니가 박 대통령에 대해 욕을 해대자 사회자는 “부적절한 발언이지만 어르신이어서 뭐라 하지 못하겠다”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 이정아(부산 연제구 거제동)씨는 “40대 주부인 내가 이렇게 나왔다. 대통령 임기도 모르는 저를 거리에 나서게 만들게 해 준 박 대통령에게 감사한다”고 비꼬았다.

사회자가 “누군가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돈을 받고 참가한다는 악소문을 퍼트린다. 여기 계신분들 가운데 돈 받고 참석한 사람 있느냐”고 묻자 시민들은 “아니오”라고 말했다. 사회자가 “무대 설치비 등에 돈이 든다”고 말하자 시민들은 지갑과 호주머니에서 지폐를 꺼내 모금함에 넣었다. 한 시민은 “집회 주최 쪽이 관변단체가 아니라 정부에 찍힌 단체인데 집회 참가자들에게 돈을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 거짓말도 그럴 듯해야지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저녁 8시께부터 비가 그쳤다. 이어 저녁 8시30분께 조피디(PD)가 무대에 오르자 집회는 절정에 이르렀다. 조피디는 “우주의 기운은 안드로메다로~” 등의 랩을 폭포수처럼 뱉어냈다. 국민과 동떨어진 발언과 행동을 하며 지지율이 역대 최저인 4%까지 떨어진 박 대통령을 조롱하는 내용이었다.

조피디가 자신의 인기곡 <친구여>를 부르자 시민들은 발광 다이오드(엘이디·LED) 촛불을 흔들며 열광했다. 노래가 끝나자 사회자가 파도타기를 유도했다. 시민들은 “와~”하며 차례로 두 손을 들었다.

김재하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 공동대표는 “1979년 박정희 정권을 끝장내고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이끈 것은 부산이었다. 부산이 일어나면 역사가 바뀐다. 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여기에 나오자. 이 겨울이 가기 전에 부산시민의 손으로 박근혜를 끌어내자”고 외쳤다.

마지막으로 유영현 부산대 총학생장이 무대에 올랐다. 그는 “지난 12일 광화문에 100만명이 모였다. 그때 나는 박근혜가 하야할 줄 알았다. 대학생들이 과거처럼 화염병을 안 던져서 만만하게 보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29~30일 총투표를 거쳐 다음달 1일 부산대생들이 동맹휴업에 들어갈 것이다. 부산의 대학생들은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저녁 9시께 집회가 끝나자 시민들은 깔고 앉았던 비닐과 쓰레기들을 주워 1회용 봉투에 담았다. 누군가 쓰레기를 두고 가면 또다른 시민이 주웠다. 이어 거리행진에 나섰다. 목적지는 1987년 6월 민주항쟁 때 시위대와 경찰이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던 문현교차로였다. 거리행진은 두 방향으로 나뉘었다. 한 쪽은 엔시백화점에서 출발해 부산도시철도 2호선 전포역 쪽으로 갔다. 다른 쪽은 서면교차로에서 부산역 방향 200여m 지점의 올리브영 점포 앞에서 출발해 부산도시철도 1호선 범내골역 쪽으로 행진했다.

거리행진의 맨 앞에는 풍악대가 흥을 돋웠다. 시민들은 거리행진을 하며 ‘박근혜는 물러가라. 박근혜를 구속하라’는 구호를 끊임없이 외쳤다.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이른바 ‘하야송’을 부르자 지켜보던 시민들도 따라 불렀다.

두 쪽으로 나뉘었던 거리행진은 부산도시철도 2호선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역 근처에서 1시간여만에 다시 만났다. 다시 하나의 대오를 만든 시민들은 서면교차로에서 2~3㎞떨어진 문현교차로에 도착했다. 정리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밤 10시30분께 해산했다. 부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광주] 시민 7만명 금남로 운집…“박근혜를 감옥으로”

26일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5차 시국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고 있다.
26일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5차 시국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고 있다.
광주 금남로에 부슬부슬 비가 내렸지만, 열기가 뜨거웠다. 7만여 명(경찰 추산 1만2천여 명)의 시민들은 비옷을 입은 채 차가운 아스팔트에 앉았다. 시민들의 손엔 ‘박근혜 퇴진’, ‘당장 내려와’ 등이 적힌 종이 팻말이 들려 있었다. 시민들은 <아리랑 목동>을 개사한 ‘하야송’이 나올 때마다 엘이디(LED)촛불을 흔들며 함께 불렀다.

26일 저녁 광주시 동구 금남로에서 시작된 광주시민 5차 촛불집회 무대에 5·18어머니 소나무합창단이 섰다. 80년 5월 가족을 잃은 오월 어머니들은 이날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불렀다. 80년 5월 27일 새벽 옛 전남도청에서 고교생 시민군으로 최후 항쟁을 하다가 계엄군 총에 맞아 숨진 고 문재학(16·고1)군의 어머니 김길자(77)씨는 “박근혜 정부가 옛 전남도청의 흔적마저 지우고 있어 81일동안 농성중입니다. 우리 오월 어머니들도 함께 나서서 박근혜를 꼭 끌어내리겠습니다”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날 촛불집회에서도 재치있는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한 50대 남성은 “기성세대로서 ‘흙수저’밖에 물려주지 못해 미안하다. 그러나 다이아몬드도, 금도, 은도 땅속에 묻혀 있다. 그러니 흙수저가 주인이다. 젊은이들이 절망하지 말도록 박근혜를 하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 비정규 노동자인 한연임씨는 “불안한 운전자에게 더 이상 국정을 맡길 수 없다. 박근혜 하야 투쟁에 함께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사회를 맡은 문화예술인 백금렬씨가 “박근혜를”하고 선창을 하면, 시민들은 “감옥으로”, “땅속으로”, “지 애비 곁으로” 자유롭게 후창으로 화답했다.

시민자유 발언 사이 사이에 문화공연도 이어졌다. 숭일고 70명의 학생은 <레미제라블 노래 개사곡>을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수안스님 노래 공연과 대형걸개그림 상황극 등도 시민들한테 큰 호응을 얻었다. 본 행사에 앞서 사전 행사로 열린 '하야하툅' 문화제 땐 삼촌밴드, 우물안 개구리, 김과리, 더티라콘 등 밴드들이 등장해 흥을 돋궜다. 밴드 보컬 김태승(35)씨는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뒤 ‘이게 나라냐?’라는 가사가 들어간 노래를 지어 불렀는데, 지금의 상황이 더욱 암담했다”고 말했다.

이날 시민들은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처벌”을 강조했다. 김상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광주전남지부장은 “직권남용죄는 형량 법정상한이 5년이고 집행유예가 가능하지만 뇌물죄는 1억원 이상이면 특별법에 따라 무기 징역까지 처벌할 수 있고, 뇌물의 5배를 벌금으로 매길 수 있다. 검찰은 대통령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가 아니라 포괄적 뇌물혐의에 대해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지부장이 “그가 대통령의 신분을 벗는 순간 뇌물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시민들은 “와~”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시민들은 이날 저녁 8시30분부터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옛 충장파출소~광주천변 코스와 옛 한미쇼핑~롯데백화점 코스로 각각 나뉘어 행진한 뒤 다시 금남로 본무대로 돌아오는 촛불대행진으로 마무리했다.

한편, 본집회에 앞서 이날 오후 3시부터 금남로 금남공원에서는 ‘1318광주희망’의 광주청소년시국대회가, 오후 4시엔 알라딘 서점 앞에서 광주청년학생대회가 각각 열렸다. 조선대 민주동우회와 조선대 대학자치운영협의회는 이날 오후 5시 조선대 정문에서 시국선언을 발표한 뒤 금남로까지 거리행진을 펼쳤다.

광주/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관련기사: 80년 그날처럼 광주 시민들 ‘훌라송’ 부르며 금남로 행진


[대구] 눈· 비·추위에도 촛불은 흔들리지 않았다

26일 저녁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제4차 대구시국대회’에서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26일 저녁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제4차 대구시국대회’에서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고 있다. 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눈 섞인 비와 추위가 찾아왔지만 대구의 촛불은 작아지지 않았다.

대구·경북의 85개 단체가 연대한 ‘박근혜 퇴진 대구비상시국회의’는 26일 오후 5시부터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 중앙네거리~반월당네거리(600m)에서 ‘박근혜 퇴진 제4차 대구시국대회’를 열었다. 이날 대구는 오후 2시께부터 눈 섞인 비가 오기 시작했다. 저녁이 되면서 기온은 1℃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 19일 열린 제3차 대구시국대회 때와 마찬가지로 촛불은 대중교통전용지구를 가득 메웠다. 사람들은 촛불을 들고 ‘박근혜 퇴진·구속’과 ‘새누리당 해체’를 외쳤다. 가족, 친구, 연인끼리 온 50대 이하가 많았다. 이날 추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근처 가게에 많이 들어가 있어 주최 쪽은 참가 인원을 세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대구비상시국회의 대변인을 맡고 있는 서승엽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총 3만5000여명이 제4차 대구시국대회에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밝혔다. 지난 제3차 대구시국대회 때 주최 쪽이 추산한 참여 인원은 2만5000여명이었다.

박성철(56)씨는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에 가족을 데리고 오늘 처음으로 나왔다. 오늘 날씨가 춥고 비가 와서 사람들이 덜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 위해 나왔다. 정말 고집이 세고 국민 말 안 듣는 대통령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이날 저녁 7시부터 중앙네거리~공평네거리~봉산육거리~반월당네거리~중앙파출소 2.1㎞ 행진했다. 저녁 8시부터는 방송인 김제동씨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만민공동회’가 열렸다. 이날 촛불집회는 밤 9시30분께가 돼서야 끝났다.

서동욱(36)씨는 “촛불집회에 나오지 않으면 왠지 두고두고 마음의 빚이 남을 것 같아 가족과 함께 나왔다. 대통령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는 상황이라서 그냥 저렇게 있는 것 같은데, 애국심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퇴진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관련기사: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길라임이 되지 않겠다’ ‘시술 안받는다’


[대전] 4만 촛불 “박근혜 퇴진운동은 애국의 길”

26일 저녁 대전시민들이 타임월드 앞애서 열린 박근혜 퇴진 2차 대전시국대회를 마친뒤 ‘박근혜 퇴진’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26일 저녁 대전시민들이 타임월드 앞애서 열린 박근혜 퇴진 2차 대전시국대회를 마친뒤 ‘박근혜 퇴진’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시민 여러분, 박근혜 퇴진운동은 애국 운동입니다. 박근혜 퇴진운동은 제2의 민주화운동입니다. 박근혜 퇴진운동은 정의를 바로 세우는 운동입니다.”

‘박근혜 퇴진 2차 대전10만시국대회’가 26일 오후 5시, 대전시 서구 둔산동 갤러리아 타임월드 앞에서 거행됐다. 박재묵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대표 발언에 나서 “박근혜 퇴진운동은 시민 혁명”이라고 규정했다. 박 공동대표는 “박근혜 퇴진운동은 애국 운동이자 민주화운동이자 정의의 길”이라며 “박근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고 우리는 박근혜를 퇴진시키려고 모였다. 우리는 끝까지 요구를 관철할 것이며 그 어떤 것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4만여 촛불(주최 쪽 추산)이 화답했다. 권선택 대전시장과 김경훈 대전시의회 의장도 시민대열에 합류해 촛불을 들었다. 구호를 외치고 함성을 지를 때마다 시민들의 입김이 머리 위로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시민들은 눈이 녹아 젖은 아스팔트에 앉아서도 추운 줄 몰라했다. 강명자(51·대전 서구 관저동)씨는 “토요일 집회 때마다 나온다. 처음 보는 이들과 한목소리로 ‘박근혜 물러나라’고 외치다 보면 답답한 속이 풀린다. 오늘은 대학 친구들과 함께 나와 더 즐겁다”고 했다.

대전 집회에도 자녀들의 손을 잡고 참가한 가족들이 많았다. 이세범(9)군은 “두 번째 나왔다. 아빠, 엄마와 손잡고 행진할 때가 제일 좋다”며 촛불을 흔들었다. 유모차를 탄 김현빈(5)군도 구호에 맞춰 엘이디(LED) 촛불을 들어 올렸다.

이날 집회는 오후 4시부터 블레스, 스모킹 구스, 버닝햅번 그룹의 식전공연으로 막이 올랐다. 개회 선언과 대표 발언에 성악가 조병주씨가 애국가를 부르고 동참하는 시민이 더 늘어나자 집회 열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시국 발언에 나선 정기섭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시장경제원리에 따라 국가 정책을 펴는 자본주의 국가인 줄 알았는데 박근혜 정권은 정치적인 판단만으로 170여 기업이 입주해 있는 개성공단을 폐쇄했다”고 비판했다.

임헌장(19·중앙고 3)군은 “정치는 국민이 인간답게 살도록 하고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이 퇴진해야 하는 이유는 국민 대신 자신들의 이익을 키우는 데 급급하고 사회혼란을 부추겼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전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박근혜가 몸통이다. 박근혜를 구속하라”, “새누리당 너희가 공범이다. 새누리당 해체하라”구호를 외쳤다. 시민들은 저녁 7시50분께 “박근혜는 퇴진하라” 구호를 외치며 대회 장소를 출발해 경성큰마을 네거리~대전시청 네거리~시교육청 네거리를 거쳐 타임월드 네거리까지 행진했다.

박근혜 퇴진 대전운동본부 이기동 언론담당은 “지난주 토요일 대회에 3만여명(주최 쪽 추산)이 넘는 대전 시민이 운집해 87년 6월항쟁 이후 최대 집회 인파 기록을 세웠다. 오늘 눈이 내리고 날씨는 추웠지만, 더 많은 시민이 동참했다. 박근혜 퇴진과 민주혁명을 이루는 날까지 시민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대전/송인걸 최예린 기자 igsong@hani.co.kr

▶관련기사: 대전에 울려 퍼진 아리아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박근혜 퇴진”


[울산] “비가 아니라 비바람이 몰아쳐도 촛불은 끌 수 없다”

26일 울산시민대회에 참가한 시민·학생들이 “국민이 명령한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26일 울산시민대회에 참가한 시민·학생들이 “국민이 명령한다. 박근혜는 퇴진하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울산에서도 26일 빗속에 8000여명(주최 쪽 추산 연인원·경찰 추산 2000명)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외쳤다.

‘박근혜 정권 퇴진 울산시민행동’은 이날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울산 남구 삼산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 민주주의 회복! 울산시민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장엔 비가 오는 가운데도 중고등학생들, 가족 단위로 어린이들 손을 잡고 참가한 시민들이 많았다.

집회에 앞서 휴대전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모인 고등학생과 대학생 30여명은 박근혜 하야 노래에 맞춰 집단율동을 펼치는 플래시몹을 선보였다. 무소속 윤종오·김종훈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1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 울산시청 앞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 새누리당 해체, 모이자 1126 퇴진버스’ 출정식을 열고, 남구 롯데호텔 앞과 북구 호계시장, 중구 뉴코아아울렛 등을 돌며 정치연설회를 벌인 뒤 울산시민대회에 참가했다.

울산시민대회는 참가 시민·학생들의 자유발언과 <헌법 제1조>, <하야가> 등 노래·율동·모듬북·대동마당 등 문화공연으로 진행됐다. 자유발언에 나선 학생들은 주로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사고 때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과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과 성적조작 등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울산 무거고 1학년이라고 소개한 학생은 “정의가 죽은 나라인 줄 알았는데 촛불을 들고 분노하는 국민을 보고 정의가 살아있음을 알게 됐다. 여러분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한 대학생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예수를 배신한 유다가 될 순 없다’고 했는데 범죄 피의자 박근혜를 어떻게 성인인 예수와 비교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평화와 건강을 위한 울산의사회’ 소속이라고 밝힌 한 의사는 “(박근혜 정권이) 사적 이익을 위해 공적 의료 시스템을 무너뜨렸다”며 “박근혜는 비아그라나 찾지 말고 청와대를 비우거라”고 외쳤다.

울산시민행동은 “비가 아니라 비바람이 몰아친다 해도 민주주의 회복을 열망하는 촛불은 끌 수 없을 것”이라며 “국회에서 박근혜 탄핵을 추진해도 박근혜가 물러날 때까지 광장의 촛불은 계속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집회 뒤 참가자들은 롯데백화점에서 현대해상 사거리까지 왕복 2㎞ 구간의 거리행진을 벌였다.

울산시민행동은 28일부터 아파트 베란다 박근혜 퇴진 펼침막 내걸기 운동을 벌이고, 30일 ‘국민총파업·불복종 행동의 날’ 롯데백화점 앞에서 다시 촛불 시민대회를 열 예정이다. 울산/글·사진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관련기사: “정유라 대학 부정입학과 성적조작에 화가 났다”


[경남] “대통령 내려오라고 비까지 내린다”

경남 창원시민 1만여명은 26일 저녁 비 내리는 창원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제5차 시국대회를 열었다.
경남 창원시민 1만여명은 26일 저녁 비 내리는 창원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제5차 시국대회를 열었다.
“국민은 대통령이 하야하기만을 기다리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자기만 모른 체하면 모든 국민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위험에 처했을 때 자기 눈만 가리면 아무도 자기를 못 본다고 생각하는 꿩과 무엇이 다릅니까?”

경남시국대회에서 버티기와 역공으로 일관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결국 청소년들에게까지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제5차 경남시국대회’가 26일 저녁 5시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광장에서 열렸다. 쌀쌀한 초겨울 날씨에 비까지 내렸지만, 1만여명의 시민들은 “대통령에게 내려오라고 재촉하는 비까지 내린다. 민심의 촛불은 바람이 불어도 비가 내려도 꺼지지 않는다”며 저녁 7시께 집회를 끝낼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저녁 8시께 거리행진까지 마친 뒤 ‘질서있는 귀가’를 했다.

참가자들은 지난 19일 제4차 경남시국대회 때처럼 앞에 나서 자유발언을 하려고 줄을 섰다. 자유발언에 나선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박 대통령을 닭이나 꿩 등에 비유하며 비판했다.

김지현(13·가포초6)양은 “저도 이 자리에서 저의 생각을 발표하는데, 저보다 훨씬 나이도 많은 이 나라 대통령이라는 분은 자기 생각 하나 스스로 말하지 못한다고 하니 기가 막힙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서 하루라도 빨리 하야해야 합니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 일당은 죗값을 치러야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박재우(16·경남꿈키움중3)군은 “국민이 곧 국가입니다. 국민이 이제 그만하고 내려오라는데,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그 말을 못 알아 듣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당장 물러나십시오. 국민의 명령입니다. 하야하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현진(26·창원대4)씨는 “세월호 참사 관련 언론보도를 ‘지겹다. 이제 그만하자’라고 말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다.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지금 상태로는 시간이 흐른다고 묻힐 문제가 아니다. 국민이 아닌 본인의 이득을 위해 움직이는 정치인들을 처단하자”고 주장했다.

‘박근혜퇴진 경남운동본부’는 박 대통령이 퇴진하지 않으면 다음달 3일 같은 장소에서 제6차 경남시국대회를 열기로 했다. 글·사진 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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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비가 와도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박근혜 설러불라(그만두라)”

26일 오후 제주시청 앞 도로에서 열린 제6차 제주도민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학생들이 우산을 들거나 비옷을 입고 인근 대학로를 돌며 ‘박근혜 퇴진’ 등을 요구했다.
26일 오후 제주시청 앞 도로에서 열린 제6차 제주도민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학생들이 우산을 들거나 비옷을 입고 인근 대학로를 돌며 ‘박근혜 퇴진’ 등을 요구했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촛불들은 제주시청 앞 도로를 가득 메웠다. 비 때문에 참가자들의 규모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주최 쪽의 예상과는 달리 우산을 받쳐 들거나 온 가족이 비옷을 입고 온 참가자들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의 말을 빗대 “빗속에서도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26일 오후 5시부터 제주시청 앞 도로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제6차 제주도민 촛불집회는 집회를 시작한 지 2시간 남짓 지나자 2천여명 이상이 도로를 가득 메운 가운데 진행됐다.

비옷을 입고 열심히 촛불을 흔드는 가족도 있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 셋과 함께 집회에 참한 세무사 김아무개(48·제주시 이도동)씨는 온 가족이 4주째 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김씨는 “요즘 시국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엿 같죠”라며 “우리 국민이 내는 세금이, 아주 고귀한 세금이 개인 창고에서 꺼내 쓰듯이 함부로 쓸 수 있느냐”고 분노했다. 김씨는 “집에서 아이들에게 어른이 되면 국정 역사교과서를 통과시키려는 박근혜를 절대 용서하지 말라고 말한 적이 있다. 집에만 있으면 말로만 하는 사람이 될 것 같아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은숙(47·제주시 아라동)씨는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분노하고 속상하다. 우리가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았을 때는 나라를 위해 일해 달라고 뽑은 것 아니냐. 그런데 자기 실속만 차린 것을 보고 정말 분노한다. 텔레비전을 보니 (의혹이) 캐도 캐도 나오는데 어떻게 실망하지 않을 수 있느냐. 그래서 나왔다”며 “가만히 있으면 나약할 것 같아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기 위해 나왔다”며 웃었다. 딸 현소정(12·초5)양은 “박근혜가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왔으면 좋겠어요. 학교에서 친구들과 얘기하는 화제가 대통령이 나라를 망쳤다는 얘기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정마을에서 지킴이 활동과 돌고래 보호활동을 벌여온 조약골씨는 ‘설러불라’(그만두라는 제주어) 콘서트에서 “박근혜와 삼성의 구상권을 끌어내자. 구상권을 철회해. 박근혜는 하야해”를 노래하며 구상권 철회를 요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콘서트가 끝난 뒤 ‘박근혜 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제주시청 인근 대학로를 한 바퀴 돈 뒤 다시 제주시청 앞 도로에서 콘서트를 이어갔다.

제주/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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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하늘에서 ‘하야 눈’이 내려요”…집회를 축제처럼

26일 바근혜 대통령 퇴진 집회가 열린 청주 성안길에선 청소년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26일 바근혜 대통령 퇴진 집회가 열린 청주 성안길에선 청소년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눈비가 오락가락한 충북 청주에선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시민들이 촛불집회를 열었다. 시민들은 “하늘에서 하야 눈이 내린다”며 집회를 축제처럼 즐겼다.

26일 청주 성안길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주최 쪽 추산 2500여명(경찰 추산 800명)이 참석했다. 애초 이날 청주 등 충북에선 서울 광화문 집회 참석을 위해 500명 남짓 소규모 촛불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눈에 이어 오락가락하는 빗줄기 속에서도 시민들이 꾸준히 모였다. 특히 부모와 함께 ‘박근혜 퇴진’, ‘이게 나라냐’, ‘이제 내려와라. ’등의 손팻말을 든 가족 단위 참여가 많았다.

이날 집회에도 청소년들의 참여와 활약이 눈에 띄었다. 시민발언대는 마치 청소년 발언 경연대회라고 할 정도로 청소년들의 시국 발언이 잇따랐다.

아버지와 함께 집회에 참석한 청원고 노아무개군은 “3·1 운동, 광주학생항일운동, 4·19 혁명 때 맨 앞에 섰던 이들이 고등학생이었다. 3·1운동 운동 때 유관순 누나도 10대였다. 학생이기 전에 대한민국의 국민인 학생이 나서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가 마트냐. 대통령이 원플러스원이게. 대통령은 비아그라가 아니라 하야하그라” 등의 톡톡 튀는 발언은 집회를 축제로 만들었다. 한 초등학생은 박 대통령 성대모사로 “오늘 이 시간부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해 박수와 환호를 한몸에 받기도 했다.

충청권의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박근혜 대통령의 아바타”라고 정면 비판하는 시민 발언도 눈길을 끌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시민은 집회 참가자들의 언 손을 녹이라며 핫팩 한 상자를 선물했으며, 작곡가 김군휘씨는 ‘광야에서’라는 노래를 재능기부했으며, 한 시민은 헌법 전문이 담긴 책자를 선물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청주 성안길 입구에서 촛불집회를 연 뒤 성안길 300여m를 행진한 뒤 저녁 7시30분께 집회를 마무리했다. 이날 역시 시민들은 가져온 촛불 등을 모두 되가져 갔으며, 경찰 등과 마찰없는 평화집회를 이어갔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춘천] ‘촛불 막말’ 김진태 사무실 앞 밝힌 촛불

26일 강원 춘천 석사동 김진태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참석자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김진태 의원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26일 강원 춘천 석사동 김진태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참석자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김진태 의원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세월호 때처럼 어른들만 믿고 가만히 있으면 우리 중학생들이 살아갈 미래가, 이 나라가 송두리째 침몰할 것 같아 친구들과 거리로 나왔습니다.”

26일 오후 강원 춘천시 석사동 김진태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한 중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19일에 이어 춘천시민 1000여명(주최 쪽 추산)은 이날도 김진태 의원 사무실 앞에 모여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김진태 의원 사퇴를 촉구했다.

시민들이 김 의원 사무실 앞을 집회 장소로 선택한 이유는 김 의원의 촛불 비하 발언 탓이다. 김 의원은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100만 촛불’에 대해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바람이 불면 다 꺼진다. 민심은 언제든 변한다”고 말해 입길에 올랐다.

박근혜 정권 퇴진 춘천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이날 집회에서 자신을 고3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무대에 올라 “세월호 사고 때 박근혜 대통령이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꼭 묻고 싶다. 누구에겐 소중한 가족인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최순실의 꼭두각시가 된 박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을 잊지 않고 진상 규명에 힘쓰는 것이다. 대통령이 제대로 된 답을 할 때까지 멈추지 말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 하야하라”고 요구했다.

또 자신을 새누리당 지지자라고 밝힌 한 남성도 무대에 올라 “선거 때 박근혜와 김진태를 찍었다. 지금은 이 손목을 끊고 싶다. 여러분께 사죄의 절을 드리겠다. 앞으로 박근혜·김진태 퇴진을 위해 이 한목숨 바치겠다”며 시민들에게 큰절을 했다.

친구들과 촛불집회에 참여했다는 용아무개(13)양은 “세월호 당시 죽은 언니, 오빠들을 생각하면 아직도 슬프다. 세월호 당시 박 대통령이 제대로 대응을 못 한 것 같다. 최순실 사태까지 터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대통령 같지도 않다. 어차피 내려올 거면 빨리 하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집회에 참석한 춘천시민들은 김 의원 사무실 주위를 행진한 뒤 해산했다.

강원도에서는 이날 춘천뿐 아니라 태백과 영월 등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소규모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강릉에선 27일 오후 4시30분부터 대학로에서 촛불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춘천/글·사진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전주]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양반·노비할 것 없이 누구나 평등한 세상”

박근혜 퇴진 전북도민총궐기가 열린 26일 전북 전주 행사장 주변에 동학농민혁명군 격문이 등장했다.
박근혜 퇴진 전북도민총궐기가 열린 26일 전북 전주 행사장 주변에 동학농민혁명군 격문이 등장했다.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제3차 전북도민총궐기가 26일 오후 5시 전주시 완산구 충경로사거리(풍년제과)에서 열려 2시간 동안 펼쳐졌다. 전북에서는 전주를 비롯해, 익산, 군산, 정읍 등에서도 집회가 열렸다.

전북시국회의는 비가 오는 궂은 날씨임에도 이날 전주에서만 7천여명이 모였다고 집계했다. 경찰은 3500여명으로 추산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시민들의 성금 500만원이 모였다.

최순실씨가 검찰에 출두한 다음날인 지난 1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건물을 굴착기로 들이받아 구속된 정아무개(45)씨의 동생이 무대에 올랐다. 그는 “아직 (형의) 재판기일은 잡히지 않았지만,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부탁한다. 박근혜는 즉각 퇴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 마무리 때는 연극배우 정진권씨가 122년 전 농민들이 죽창을 들고 일어났던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한 연극의 대사를 외쳤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양반과 노비할 것 없이 누구나 평등한 세상이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열심히 땀을 흘리고 그만큼 보상을 받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세상은 외세침략 없이 조선 스스로 사는 세상이다. 지금까지는 그 세상을 만들지 못했으나, 우리는 내일이 있기에 그 세상이 멀지 않았음을 알고 있다. 모두 징을 들어라. 꽹과리를 들어라. 태평소를 불어라. 대동세상을 위해 신명난 춤을 추어라. 함성을 들어라.”

참석자들은 저녁 7시께 집회를 마치고 새누리당 전북도당을 거쳐 풍남문광장까지 “박근혜를 체포하라, 새누리당 해체하라”을 외치며 행진했다. 저녁 8시께부터 풍남문광장에서는 문화예술인들의 ‘하야하락(Rock)’ 콘서트가 이어졌다. 일주일 뒤인 다음달 4일 제4차 전북도민 총궐기가 열린다. 글·사진/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관련기사: “따뜻한 음료 드세요” 추운 날씨도 녹인 촛불집회의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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