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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 들여 잔디밭 없애고 파쇄석 도배한 ‘국민여가 캠핑장’

등록 2016-11-28 16:31수정 2016-11-28 20:20

【현장】26억원 들인 고양 ‘킨텍스 캠핑장’ 가보니
뾰족한 파쇄석 어린이 부상·장비 파손 위험 도사려
전문가의견 반영안돼…“누구위한 캠핑장이냐” 항의
예산부족 캐러밴 설치못해 6억4천만원 더 투입 예정
캠핑장 조성 이전인 2014년 8월15~16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배후시설 터 잔디밭에서 진행된 ‘2014 고양 8·15 평화캠프’의 모습. <아웃도어뉴스> 제공
캠핑장 조성 이전인 2014년 8월15~16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배후시설 터 잔디밭에서 진행된 ‘2014 고양 8·15 평화캠프’의 모습. <아웃도어뉴스> 제공
지난 4일 시범개장한 킨텍스 야영장의 오토캠핑장. 거액의 예산을 들여 천연 잔디밭이 깔린 자연캠핑장을 오히려 망가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양/박경만 기자
지난 4일 시범개장한 킨텍스 야영장의 오토캠핑장. 거액의 예산을 들여 천연 잔디밭이 깔린 자연캠핑장을 오히려 망가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양/박경만 기자

경기도 고양시가 26억원을 들여 킨텍스 제2전시장 배후시설 터에 최근 조성한 ‘도심형 국민여가 캠핑장’에 대한 시민들 불만이 되레 커지고 있다. 웬만한 캠핑장을 사고도 남을 법한 예산을 들여, 잔디밭을 걷어내고 말뚝 박기도 곤란한 파쇄석을 까는 등 이전 시설에서 더 망가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음달 1일 정식 개장을 앞두고 한달간 시범운영에 들어간 킨텍스 캠핑장을 지난 18일 가보니, 공사전 넓게 펼쳐진 잔디밭은 절반 가량 줄고, 뾰족한 파쇄석이 깔린 캠핑존과 콘크리트 도로, 드문드문 들어선 나무 등 삭막한 풍경이 펼쳐졌다. 주차장은 캠핑장 입구에 있고, 시설 이용 전 들러야 할 관리동은 맨 뒷쪽에 자리해 동선이 처음부터 꼬였다.

300명 이용 가능한 총 86면의 캠핑시설 가운데, 잔디밭 위에 텐트를 치는 시민가족캠핑존(45면)은 바닥이 고르지 않고 비가 조금만 와도 물이 고여 잔디 위에 데크를 다시 설치할 예정이다. 캐러밴존(16면)은 예산 부족으로 캐러밴 한 대도 갖추지 못한 상태다. 고양시는 내년도 예산 6억4000만원을 추가 편성해 캐러밴을 설치할 계획이다.

오토캠핑존(25면)은 어린이 주먹만큼 크고 뾰족한 파쇄석이 깔려 부상 위험과 텐트 등 장비 파손 우려가 있고, 말뚝을 박기도 어렵다는 사용자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서울 노원구에 사는 캠핑 동호회원 김아무개(35)씨는 “서울과 접근성이 좋고 부지가 넓은 건 맘에 들지만 사용료가 비싸고 깔끔한 겉모습과 달리 불편한 점이 많아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다”며 “지금이라도 오토캠핑존의 파쇄석은 모두 걷어내고 작고 모나지 않은 돌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일산서구 대화동에 3만9000㎡ 크기로 조성된 킨텍스 캠핑장은 현재까지 25억9000만원이 들어갔으며, 캐러밴을 갖출 경우 총 32억3000만원이 투입된다. 이용료는 주말 기준으로 캐러밴 11만~13만원, 오토캠핑장 3만원, 야영장 2만5000원으로 다른 지자체 캠핑장의 2배 수준이다.

고양시는 캠핑장 조성에 앞서 캠핑 전문가 등을 불러 두차례 자문회의를 가졌으나 여기서 나온 의견들을 거의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시 자문위원들은 기존 잔디밭 위에 나무를 최대한 많이 심어 그늘을 만들 것, 이용객 편의를 고려한 동선 확보 및 편의시설을 설치할 것, 일반시민 접근이 용이한 캠핑장비 대여시스템을 확보할 것 등을 건의했다.

자문을 한 어느 캠핑 전문가는 “이 정도 시설이면 5억원이면 충분한데, 나머지 돈은 어디에 쓰였는지 궁금하다. 32억원이면 웬만한 캠핑장을 살 수도 있는데, 결국 업자를 위한 캠핑장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2014·2015년 이곳에서 ‘고양 8·15 평화캠프’를 진행한 박아무개씨는 “잔디밭을 그대로 두고 여름에 그늘을 만들어주는 나무만 많이 심어주면 되는데, 돈을 들여 오히려 망가뜨려놨다. 캠핑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 공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예산을 줄이기 위해 전기, 토목, 조경 등으로 나눠 발주했으며 특혜 소지는 없다. 시범운영 기간에 지적된 문제점들을 단계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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