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유출됐다” 은행에서 돈 뽑아 냉장고 보관하게 한 뒤 침입 절도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 한국에 있는 중국 유학생 고용해 절도범으로 이용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 한국에 있는 중국 유학생 고용해 절도범으로 이용
전화로 은행에서 돈을 뽑아 집 냉장고 등에 보관하게 한 뒤 절도범을 보내 훔치는 이른바 ‘절도형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전서부경찰서는 전화 사기로 피해자를 속여 은행에서 뽑은 돈을 집에 보관하게 한 뒤, 집안에 몰래 들어가 현금을 훔친 혐의(절도)로 중국 유학생 ㄱ(21·여)씨를 구속하고, ㄴ(24·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8일 밝혔다. ㄱ씨는 지난 3일 낮 12시30분께 대전 서구 정림동의 ㄷ(84)씨의 아파트에 들어가 냉장고 안에 있던 현금 1000만원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ㄷ씨는 같은 날 오전 우체국 직원을 사칭하며 “개인정보가 유출돼 은행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갈 위험이 있으니 돈을 뽑아 집 냉장고 안에 보관하라”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전화를 받고 그대로 따랐다. 중국에 있는 조직원이 전화로 ㄷ씨를 속인 뒤 집 밖으로 유도하면 미리 섭외된 절도조인 ㄱ씨가 집 안으로 들어가 돈을 훔쳐 나오는 수법이다.
ㄴ씨도 지난 21일 대전 중구 오류동의 ㄹ(78)씨 집에 몰래 들어가 냉장고에 있던 현금 3185만원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ㄴ씨는 같은 수법으로 3차례에 걸쳐 1억185만원을 가로채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보냈다.
중국에서 범행을 주도한 조직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고수익 보장”이라는 구인 광고를 내 한국에서 절도를 담당할 유학생을 모았다. 학자금 마련을 위해 범행에 가담한 ㄱ씨와 ㄴ씨는 중국에서 전화 사기를 벌이는 조직원으로부터 실시간 지시를 받고 움직였다.
성노근 서부서 수사과장은 “최근 전화 사기와 절도가 결합한 ‘절도형 보이스피싱’ 범죄가 늘고 있다. 보이스피싱 수법이 계속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는 만큼 ‘나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의심스러운 전화를 받으면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중국인 유학생 ㄴ(24)씨가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주고 받은 문자. 조직원은 ㄴ씨에게 피해자의 집주소를 알려주며 냉장고 안에 있는 돈을 훔쳐 나오도록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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