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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복은 어떻게 재기할 수 있었나

등록 2016-11-28 21:42수정 2016-11-29 09:00

[밥&법] 사실상 페이퍼컴퍼니 만들어 엘시티 수렴청정

특혜 의혹 등으로 입길에 올랐던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 앞에 들어서는 ‘엘시티’(해운대관광리조트)가 박근혜 대통령의 철저 수사와 엄단 지시 이후 더 시끄러워졌다. 회삿돈 몇백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이영복(66) 엘시티 시행사 회장의 부산시 고위 간부,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언론 등에 대한 금품 로비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영복 회장은 1998년 부산판 수서 비리 사건이라고 불리는 ‘다대·만덕 택지전환 특혜 의혹 사건’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그는 1993~1996년 동방주택 이름으로 부산 사하구 다대동 임야 42만여㎡를 사들여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으로 변경해 100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챙겼다.

그는 1999년 이 땅 용도변경에 대해 뇌물공여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될 처지에 놓이자 달아났다. 2001년 12월 검찰에 자수했던 이 회장은 연루 의혹이 있던 정치인과 공무원에 대해 입을 다물었고, 결국 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과 벌금 20억원을 선고받았다. 정치권 로비 혐의는 무죄 판결이 났다.

이영복 회장의 재기와 엘시티 건설에는 ‘신부국건업’이 큰 구실을 했다. 2001년 11월 설립된 부동산 개발업체 신부국건업은 이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 뒤 방치됐던 사하구 다대동 터에 아파트 건설을 추진했다. 2002년 1월 대한토지신탁과 827억3800만원에 신탁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2003년 2월 옛 동방주택의 땅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당시 별다른 실적이 없었던 신부국건업을 롯데건설이 챙겼다. 롯데건설은 신부국건업의 지급보증을 섰고, 신부국건업은 금융권으로부터 975억원을 대출받았다. 신부국건업은 롯데건설과 함께 이곳에 몰운대 롯데캐슬 아파트를 지어 2007년 말 분양에 성공했다. 분양금액만 7000여억원이고, 분양이익은 701억원이었다.

1990년대 부산 다대 만덕지구 특혜 사건으로
1999년 도주했다 2년 만에 자수하고 3년 옥살이

또 다른 건설회사가 다대 땅 사들여 아파트 건립해 성공
다대동에 아파트 분양 701억 이익
엘시티 사업 ‘밑천’ 가능성

신부국건업은 2008년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서 400여가구 규모의 아파트 건설사업을 끝으로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았고, 2011년 11월 롯데건설과 부산 다대동 몰운대 롯데캐슬 아파트를 정산한 뒤 2012년부터 실적 없는 회사로 남아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를 종합하면, 신부국건업은 ㄱ사의 ㄴ회장과 이 회장의 계열사들이 그물처럼 얽혀 있다. ㄴ회장은 2001~2002년 개인 돈과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신부국건업에 60여억원을 빌려줬다. 이 회장이 실질적으로 경영하는 청안건설 등도 2003년 신부국건업에 54억여원을 빌려줬다.

신부국건업의 이사 안아무개(68)씨는 2005~2009년 이 회사 지분 20%를 보유했다. 2005~2010년 신부국건업의 이사로 있었던 안씨는 현재 엘시티 시행사인 엘시티피에프브이의 지분 37%를 보유한 이젠위드의 대표다.

신부국건업의 지분율은 2010년 바뀐다. 절반의 지분율을 가진 ㄱ사 ㄴ회장과 나머지 절반을 보유한 이 회장이 양대 주주로 등장한다. 이 회장이 공식 자료에 나타나는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신부국건업 대표는 2009년부터 이아무개(68)씨가 맡고 있다. 2005~2007년 신부국건업 대표로 이름을 올렸던 이씨는 현재 엘시티피에프브이의 자산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회사 대표다. 그는 부산 부산진구에 있는 ㅎ아파트에 살고 있다.

법인등기부등본을 보면, 신부국건업의 본점은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ㅎ빌딩에 주소를 두고 있다. ㅎ빌딩에는 이 회장의 또 다른 계열사가 자리하고 있다. 신부국건업 부산지점은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오션타워에 있다. 지난 21일 이곳에 가보니 청안건설 등 이 회장의 다른 계열사 사무실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었다. 기자가 청안건설 직원에게 “신부국건업의 이 대표를 만나러 왔다”고 하니 “모른다”고 했다. 이런 정황들을 종합하면 신부국건업은 서류에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일 가능성이 높다.

법원 법인등기부등본에 표시된 신부국건업의 지점이 있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오션타워 5층. 청안건설, 데코시너지 등 이영복(구속) 회장의 다른 바지회사들의 안내판은 있지만 신부국건업 안내판은 없다. 김영동 기자
법원 법인등기부등본에 표시된 신부국건업의 지점이 있는 부산 해운대구 우동의 오션타워 5층. 청안건설, 데코시너지 등 이영복(구속) 회장의 다른 바지회사들의 안내판은 있지만 신부국건업 안내판은 없다. 김영동 기자
공시자료 등을 살펴보면, 이 회장이 신부국건업의 실제 소유자이거나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생긴다. 부산 지역에서는 이 회장이 다대·만덕 사건으로 구속 수감될 것을 예상해 신부국건업을 만들어 사업을 이어갔고, 옥살이를 마친 뒤 신부국건업의 사업 성공 이익을 엘시티 사업 등의 밑천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검찰도 이 회장이 청안건설 등 10여개의 이른바 ‘바지회사’에 지인들을 형식적으로 앉히고 실제 경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ㄱ사 관계자는 “이 회장 쪽이 투자를 제안해 ㄴ회장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는데 우리가 투자한 금액을 허락 없이 자신의 다른 계열사로 빼돌린 것을 발견했다. 소송을 하려고 하자 이 회장 쪽에서 합의를 요청해 2006~2007년 사이에 정산을 끝냈다. 2011년까지 전자공시에 ㄱ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은 신부국건업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법인을 계속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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