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초고층 아파트·호텔단지 ‘엘시티’ 비리와 관련해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된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5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현 전 수석은 지난달 30일 부산의 한 호텔 객실에서 자해를 시도했는데, 지난 1일 구속된 뒤 건강을 이유로 검찰 조사를 받지 않다가 나흘 만인 이날 처음 검찰 조사를 받았다.
부산지검 특수부(부장 임관혁)는 이날 현 전 수석을 불러 엘시티 시행사 회장인 이영복(66·구속)씨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검찰은 현 전 수석이 엘시티 개발사업 과정에서 책임준공 조건으로 포스코건설을 시공사로 참여하도록 하고, 부산은행을 주간사로 금융기관이 한 1조7800억원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엘시티 개발사업은 시공사 유치, 자금 조달 문제 등으로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었다.
또 검찰은 최근 현 전 수석과 이씨의 몇십억원대 수표 거래와 관련해 ㅅ업체 대표 ㅅ(57)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로비 의혹 조사를 위해 이씨 등의 계좌를 추적하다가 2014년 11월께 이씨의 계좌에서 몇십억원이 인출돼 현 전 수석을 거쳐 ㅅ씨에게 건너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ㅅ씨는 자금난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 전 수석은 “사업을 하는 지인이 자금융통에 어려움을 겪어 이씨와 금전 거래를 할 수 있게 해준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부정한 돈을 받은 사실이 없고, 지인이 빌린 돈을 상환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한편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5단독 이동호 판사는 이날 이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수행비서 강아무개(45)씨에게 징역 8월을 선고했다. 강씨는 지난 8월 검찰의 소환에 불응해 잠적한 이씨에게 렌터카와 대포폰을 제공하는 등 그의 도피를 도운 혐의(범인도피)로 검찰에 구속됐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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