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청도 금천면 사는 80대, 금천중·고교에 장학금
“내가 못 배운 게 평생 한이 됐어. 돈이 없어서 공부 못 하는 학생들한테 도움이 됐으면 해.”
지난달 30일 오전 11시쯤 경북 청도군 금천중·고교 교장실에 80대로 보이는 허름한 차림의 할머니가 찾아왔다. 이 학교 김성봉(60) 교장이 “어떻게 오셨는지”를 묻자 할머니는 “배우지 못한 게 평생 한이 됐다. 자식들도 어렵게 공부를 시켰다”고 말문을 열었다. 할머니는 이어 “가난하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보탬이 됐으면 한다”며 1700만원을 내놨다. 오랜 기간 나물과 채소를 팔아 적금을 모았으며 이 적금을 해약한 뒤 1천만원짜리 자기앞수표 1장과 700만원짜리 수표 1장을 끊어왔다. 할머니는 교장실에서 차를 한 잔 마신 뒤 수표를 전해주고 병원에 가야 한다며 10분 만에 학교를 나섰다.
김 교장은 “성함과 살고 계시는 장소를 알려달라고 몇 차례 부탁을 해봤지만 거절당했다. 단지 연세가 83살이란 것만 알려주고 떠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교장은 할머니와 대화를 나누면서 청도군 금천면에서 홀로 농사를 짓고 있으며, 장학금을 기부하기 위해 가장 가까운 학교인 금천중·고교를 찾은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할머니가 장학금을 기부하면서 가족들과도 논의하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김 교장은 “연로하고 몸이 불편한 할머니 치료비에 보태 쓰시라고 여러 차례 장학금을 사양했지만 할머니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할머니의 고귀한 뜻을 받들어 학교발전기금으로 사용하겠다. 교직원들이 의논해서 사용처를 결정하겠지만, 할머니의 당부대로 가난하지만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청도 금천중학교는 65년, 고등학교는 46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학생들이 갈수록 줄어들어 현재 중학생은 3학급에 43명, 고교는 6학급에 134명이 재학 중이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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