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구를 열자는 사람들’이 6일 대구시의회 간담회실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앞에서 대구가 쓰는 반성문’을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묻지마 투표로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뽑은 것을 반성합니다.”
보수와 진보를 넘어선 대구의 각계각층 인사 1300여명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반성문을 써서 발표했다. ‘새로운 대구를 열자는 사람들’은 6일 오전 11시 대구시의회 2층 간담회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앞에서 대구가 쓰는 반성문’을 발표했다. 한 달 동안 서명을 받은 반성문에는 학계 56명, 언론계 16명, 종교계 37명, 정계 19명, 의약계 34명, 법조계 4명, 문화예술계 247명, 시민사회계 19명, 경제계 341명 등 모두 1386명이 참여했다. 기자회견에는 김형기(64) 경북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등 18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반성문에서 “우리 대구 사람들은 절대적 지지로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오만하고 불통했으며, 경제를 살리지 못했고,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초래했고, 헌정 질서를 파괴했으며, 국가의 품격을 추락시켰고, 국민의 자존심을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정희 대통령 딸이라고 그를 지지한 걸 반성하고, 감성의 눈으로 그를 동정한 걸 반성하고, 그의 실상은 모른 채 허상을 좇아 맹신한 걸 반성한다. 아울러 우리는 근 30년 동안 무조건 특정 정당만 밀어서 지역 정치판을 일당 독무대로 만든 걸 반성하고, 못난 대통령이 태어나도록 산파 노릇을 한 걸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이제 우리 대구 시민은 지난 반세기의 ‘상처뿐인 영광’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대구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시민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대구를 정치적 다양성과 문화적 개방성이 있는 진취적 도시로 환골탈태시키기 위해 분투하고자 한다. 강자 독식의 대한민국을 만인 공생의 대한민국으로 개조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덧붙였다. 반성문에는 보수와 진보를 떠나 다양한 성향의 각계각층 인사들이 많이 서명했다. 새누리당 대구시당 부위원장을 맡은 강주열 하늘살리기본부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정순천 대구시의회 전 부의장, 박천석 전 경북대 총장, 이창용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 김상태 전 <영남일보> 사장, 양정봉 대구경북언론인클럽 회장, 허노목 전 대구지방변호사회 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김형기 교수는 “대구는 일당 독점 체제에 의한 정치적 획일성으로 정치의 질이 떨어지고 도시의 활력이 없다. 그 결과가 박근혜 대통령을 낳은 것이다. 이제는 끼리끼리 몰려다니는 문화에서 벗어나 문화적 개방성과 정치적 다양성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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