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이 사들인 임대주택을 한 달 4∼8만원씩 받고 자취하는 대학생들에게 빌려줘야 한다고 제안한 대구·경북연구원 조득환 박사.
공기업이 사들인 뒤 놀리는 원룸을 싼 값에 대학생들에게 임대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7일 대구경북연구원 조득환 박사의 조사결과를 보면, 대구도시공사가 저소득층에게 빌려주기 위해 사들인 원룸과 투룸, 쓰리룸 등이 1800채를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저소득층이 주로 방이 2∼3개 딸린 투룸이나 쓰리룸을 선호하는 바람에 원룸 173가구는 비어 있다. 빈 원룸 가운데 100채는 6개월이 넘도록 임대되지 않고 방치돼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저소득층을 위한 매입 임대주택 4200가구를 소유하고 있지만, 원룸 334가구는 찾는 사람이 없어 놀리고 있다. 대구도시공사는 보증금 500만원, 월세 4만∼8만원씩 받고 저소득층에 원룸을 빌려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에이치도 비슷한 수준의 임대료를 받고 있다.
조 박사는 “공기업들이 원룸을 이렇게 놀리기보다는 대구 시내에서 비싼 방값을 부담하며 혼자서 자취생활을 하는 가난한 대학생들에게 임대하는 방안을 대구시와 대구도시공사 등에 제안했다”고 말했다. 대구 시내에는 경북대와 계명대 등 대학 주변에 5만2000여명의 대학생이 살고 있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경북지역 등에 사는 부모와 떨어져 혼자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구시 조사결과, 대학마다 기숙사가 많이 모자라 전체 학생의 14.5%만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69%는 자취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취생 가운데 평균 3500만원씩에 전세로 방을 빌려 사는 학생은 10%에 그쳤고, 나머지는 200만∼300만원 안팎의 보증금에 평균 29만∼32만원씩 월세를 부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 박사는 “빈 원룸을 가난한 대학생들이 싼 값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은데 여러 가지 까다로운 규정에 묶여 잘 안된다. 수도권에서는 공기업이 소유한 빈 원룸이 없지만, 부산·대구·광주·대전 등 지방에서는 임대가 안 돼 장기간 비워 놓은 원룸이 적잖다. 대구에서 부분적으로 시행해보고, 전국으로 확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찬수 대구도시공사 주거복지처장은 “현재 부모가 저소득층인 대학생에 한해 원룸을 임대하고 있어 대상자가 미미한 편이다. 국토교통부가 객지 생활하는 대학생은 예외로 한다고 지침을 풀어주면, 보다 많은 학생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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