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대구에서 시도지사 협의회 임시총회를 끝낸 시·도지사들이 불이 난 서문시장을 둘러보며 권영진 대구시장과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대구시 제공
큰 불로 생활의 터전을 잃은 서문시장 상인을 도우려는 성금이 전국에서 봇물 터지듯 모이는 가운데 권영진 대구시장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강제모금에 나섰다 입방아에 올랐다.
전국공무원노조 대구·경북 지역본부는 13일 권 시장을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대구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고발장에서 “이 법 제5조1항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및 그 소속 공무원은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하지만 권 시장은 성금을 모금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공노 지역본부 쪽은 “이웃의 아픔을 위로하고 나누는데도 공무원을 직급별로 나눠 획일적인 참여를 강요하는 것은 생색내기용 전시행정의 본보기임이 분명하다”고 짚었다.
대구시는 시청 부서별로 공문을 보내 6급 이하 직원 1만원, 5급 3만원, 4급 5만원, 3급 이상 직원은 7만원씩 성금을 거뒀다. 소방직 공무원들을 합쳐 전체 5천여명에게 돈을 할당한 결과 6050만원을 거뒀다. 대구시 쪽은 “지난 5일부터 닷새 동안 모금했다. 전체 직원 84%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구청 8곳과 공기업 등에도 직급별로 돈을 할당한 뒤 모금하도록 공문을 보냈지만 공무원 노조 등의 반발로 무산됐다. 전공노 관계자는 “구청에도 성금을 할당하도록 공문을 보냈지만 노조의 반발로 자율성금으로 바뀌었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대구시 쪽은 “직급별로 성금 액수를 나눈 것은 혼선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이다. 모금 과정에서 강제성은 결코 없었다. 강제성이 있었다면 직원 가운데 84%만 참여했겠나”고 말했다.
한편, 서문시장 상인을 돕겠다는 성금이 전국에서 모야 10여일 동안 25억원이 접수됐다. 현대백화점 1억5천만원,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 1억원, 대구상공회의소 진영환 회장 1억원, 대성에너지 1억원, 금복주 1억원, 대구은행 3억원씩 돈을 냈다. 오는 15일 대구에서 처음으로 문을 여는 신세계백화점은 5억원을 냈다. 국내 최정상 방송인으로 활동하는 유재석(44)씨와 한류스타 박신혜(26)씨도 각각 5천만원씩을 선뜻 기부했다. 공무원들도 빠지지 않아 구미시청 2750만원, 군위군청 1천만원, 공기업인 대구 도시철도에서 2500만원의 성금을 냈다.
구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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