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복 회장에 30억 빌려주고 50억 받아
엘시티 수사, 차액 20억 성격 주목
엘시티 수사, 차액 20억 성격 주목
부산 초고층 아파트·호텔단지 엘시티 비리와 관련해 뇌물수수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현기환(57)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이 엘시티 시행사 회장인 이영복(66·구속)씨에게 30억원을 빌려주고 이후 50억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차액 20억원의 성격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15일 사정 당국 등의 말을 종합하면, 현 전 수석은 이씨한테 30억원을 빌려주면서 선이자로 3억원을 떼고 현금 27억원을 건넸다. 이후 이씨가 원금 30억원을 갚지 않자 현 전 수석은 이씨한테 골프·유흥주점 접대 등을 받으면서 돈을 갚으라고 독촉했다.
이씨는 자신의 계열사 계좌에서 50억원을 뽑아 수표로 현 전 수석한테 건넸다. 그 뒤 현 전 수석은 50억원을 부산 문현금융단지 개발사업 시행사 대표 ㅅ(57)씨에게 빌려주면서 선이자 3억원을 뗀 47억원을 줬다. 이와 관련해 ㅅ씨는 한 언론에서 “지난 7월 현 전 수석한테 자금이 필요한 업체 대표 ㄱ씨를 소개했는데, 내가 현 전 수석한테서 받은 47억원을 ㄱ씨한테 전달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영복씨가 현 전 수석한테 건넨 50억원 가운데 채권·채무관계로 밝혀진 30억원을 뺀 나머지 20억원이 책임준공 조건으로 포스코건설을 엘시티 시공사로 참여하도록 하는 등 현 전 수석이 엘시티의 뒤를 봐주고 대가성으로 받은 것인지 여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현 전 수석이 이씨와 ㅅ씨한테도 선이자를 떼고 돈을 빌려준 것을 두고 현 전 수석이 ‘돈놀이’를 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검찰은 현 전 수석이 이씨한테 빌려준 30억원의 조성 경위도 살펴보고 있다. 또 현 전 수석의 요구로 ㅅ씨가 현 전 수석의 지인한테 1억원을 보낸 사실을 파악하고 현 전 수석한테 제3자 뇌물수수죄 추가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현 전 수석은 검찰에서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또 검찰은 엘시티 개발사업이 본격화되기 전인 2004년 이씨가 선물을 보낸 명단과 골프접대 명단을 확보했다. 선물 명단에는 부산에 지역구를 둔 새누리당 국회의원 2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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