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열린 춘천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근혜 즉각 퇴진과 김진태 사퇴, 헌재의 탄핵 인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 아들·딸들이 살 세상은 정유라 같은 가진 자들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리에 착수한 가운데 강원 춘천시민들이 17일 김진태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김진태 사퇴·황교안 내각 총사퇴·탄핵 인용’ 등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박근혜 정권 퇴진 춘천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이날 집회에는 시민 500여명이 참여했다.
이날 촛불집회는 기존 촛불집회 형식에서 벗어나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퀴즈 대결 형식으로 진행됐다.
집회 사회자는 ‘최순실이 미르·케이스포츠재단을 만들어 기업들로 부터 돈 뜯은 총금액은 얼마?’ ‘문고리 3인방의 이름은?’ ‘탄핵 재판에서 재판관 몇 명의 동의가 필요한가?’ 등을 물었다. 정답을 맞춘 시민들에겐 카페 ‘올훼의 땅’과 ‘봉의산 가는 길’, 음식점 ‘장군막창구이’ 등 촛불집회를 응원하는 지역 상인들이 제공한 경품이 지급됐다.
17일 열린 춘천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근혜 즉각 퇴진과 김진태 사퇴, 헌재의 탄핵 인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퀴즈 대회 중간 시민들은 무대에 올라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한상균(26)씨는 무대에 올라 “탄핵 소추안 가결은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보여준 역사적인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 박근혜는 아직 탄핵당하지 않았고, 국정농단 진상도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정농단을 가능하게 한 정치시스템과 정경유착의 토대도 여전히 그대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학교에서 배우는 책 속의 법은 매우 정의롭다. 하지만 현실의 법은 권력을 지키는 도구로 쓰이기 쉽다. 이것이 현실의 법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는 이유이고, 탄핵심판과 특검 조사만을 기다려서도 안 되는 이유다. 우리가 직접 광장에 나와야 한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17일 열린 춘천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근혜 즉각 퇴진과 김진태 사퇴, 헌재의 탄핵 인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자신을 농민으로 소개한 안동우(63)씨도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 터져 나오는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 보도를 보면서 이게 나라냐는 생각 밖에 안 든다. 비록 이 자리에 나오진 않았지만 가정에서도 모두 마음에 촛불을 켜고 우리를 응원하고 있다. 박근혜 즉각 퇴진·김진태 사퇴를 위해 춘천시민이 앞장서자”고 말했다. 춘천/글·사진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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