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때 임시수도 부산에서 1023일 동안 생활했던 피란민 100여만명의 애환과 희망이 깃든 14곳을 유네스코(UNESCO·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부산시는 19일 “대한민국 피란수도 부산유산 14곳을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하기 위해 문화재청에 신청서를 20일 제출한다”고 밝혔다. 부산시가 문화재청에 신청서를 내면 내년 1~2월께 문화재청 심사위원들이 현장실사를 벌인 뒤 문화재위원회 세계유산분과에서 잠정목록 등재 여부를 심의한다. 잠정목록에 등재되면 우리 정부가 유네스코에 정식 신청한다.
문화재청에 신청할 14곳은 크게 4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한국전쟁과 임시수도 시절 피란민의 애절한 희망을 담았던 ‘희망유산’은 가덕도 등대(부산시 유형문화재 제50호), 부산항 제1부두, 영도대교(부산시 기념물 제56호) 등이다. 피란민의 처절한 삶을 치유했던 ‘치유유산’은 성지곡수원지(등록문화재 제376호), 복병산배수지(등록문화재 제327호), 부산지방기상청(부산시 기념물 제51호), 부경고 본관(등록문화재 제328호), 대한성공회 부산주교 좌성당(등록문화재 제573호) 등이다. 정부기능을 지속해서 유지했던 ‘정부기능유산’은 임시수도 대통령 관저(부산시 기념물 제53호), 임시수도 정부청사(등록문화재 제41호), 한국전력 중부산지사(등록문화재 제329호), 부산근대역사관(부산시 기념물 제49호) 등이다. 유엔이 지원하고 전쟁 후유증을 극복했던 ‘인류애 유산’은 부산시민공원과 워커하우스 등이다.
앞서 부산발전연구원은 지난해 6월 피란수도 건물 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부산시는 ‘문화도시’ 부산을 만들겠다며 피란수도 건물 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했다.
부산발전연구원은 한국전쟁 관련 문헌과 부산 전역 조사를 통해 1000여곳을 발굴했다. 이어 설문조사와 전문가 심층 토론을 통해 264곳으로 압축하고, 다시 현장조사를 거쳐 86곳을 선별했으며, 부산시 세계유산위원회가 지난 7일 14곳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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