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위 권고 첫 후속조처…고양시는 10년째 ‘뒷짐’
평화공원 공약 최성시장 “의회반대로 아무것도 못해”
고양 시민공원에 ‘6·25전사자 명비’ 등 잇따라 세워
평화공원 공약 최성시장 “의회반대로 아무것도 못해”
고양 시민공원에 ‘6·25전사자 명비’ 등 잇따라 세워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금정굴 인근을 터로 삼은 고양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 조성 사업이 경기도 지원예산을 확보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금정굴 평화공원 조성’을 공약으로 내건 최성 고양시장은 정작 희생자 지원조례조차 제정 못 해 비판을 받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금정굴 희생자 위령탑 설립 예산(5000만원)이 최근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21일 밝혔다. 경기도와 고양 금정굴유족회는 고양 민간인 희생자의 위령탑을 내년 탄현동 금정굴 인근에 세울 방침이다. 이로써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07년 진상규명과 함께 국가 및 지자체에 위령시설 설치 등 신속한 후속 조처를 권고한 지 10년이 되어서야 금정굴 위령사업이 첫 단추를 끼우게 됐다.
고양 금정굴 사건은 한국전쟁 기간인 1950년 10월 고양경찰서장 지휘로 경찰과 우익단체 회원이 북한에 부역한 혐의자와 가족을 집단살해해 금정굴에 매장한 사건이다.
김영환 경기도의원(더민주·고양7)은 “그동안 일부 보수단체가 금정굴 희생자들을 ‘빨갱이’로 규정하며 위령사업을 반대해왔는데, 위령탑을 시작으로 역사평화공원 건립이 추진돼 금정굴이 평화인권교육장으로 활용되길 바란다”며 고양시에 터 마련을 촉구했다. 경기도의회는 보수단체와 새누리당 반대 속에 2014년 6월 ‘6·25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뒤 위령사업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정작 고양시는 6·25전쟁 민간인 희생자 지원조례조차 아직 제정하지 못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해당 조례가 통과되지 못한 곳은 고양시가 유일하다. 고양시가 금정굴 관련 지원하는 예산은 연 1천만원의 유해 임시 보관료밖에 없다. 지방선거에서 ‘금정굴 평화공원 조성’ 공약까지 내걸었던 최성 고양시장은 최근 유족들을 만나 “의회가 반대하니 해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고양시는 새도시 한복판인 일산문화공원에 1억1천만원을 들여 이달 초 ‘6·25전쟁 전사자 명비’를 만들고, 2014년 말 3천만원을 들여 고봉산 등산로에 6·25 전투를 알리는 공원을 조성하는 등 ‘반공’ 관련 사업에 대해서는 적극 지원하는 모양새다. 금정굴 학살에 가담한 태극단 유족회에도 해마다 1천만원의 위령제 비용과 자료 전산화 사업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고양시는 이 밖에도 평화통일특별시를 만든다며 ‘유엔 제5사무국 유치’ 지원조례를 제정하고 2년간 2억2500만원의 예산을 세워 최 시장과 공무원 등 20여명이 세 차례 미국과 유럽을 방문해 유치활동을 벌였다. 고양시는 유엔이나 중앙정부의 반응이 없자 활동을 접고도 관련 새해 예산 5600만원을 또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기철 금정굴인권평화연구소장은 “시장이 의지가 있다면 대화하고 설득해야지 그런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의회 탓만 하며 무기력하게 6년을 허비했다. 남은 임기라도 보훈·반공단체에 들인 정성의 10분의 1이라도 금정굴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내년중 금정굴 현장의 사유지를 자체 매입해 유해를 영구안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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