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 상임위서 예산삭감되자 일방발표
강등제 신설·성과연봉제 확대 등 포함
노조·직원 “혁신과 거리먼 불순한 의도”
강등제 신설·성과연봉제 확대 등 포함
노조·직원 “혁신과 거리먼 불순한 의도”
총체적인 난맥상을 보이며 혁신을 요구받아온 경기도 고양시 산하기관인 고양문화재단(이사장 최성 고양시장)이 정상화하겠다며 고양시의회에 제출한 혁신계획안에 대해 내부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고양문화재단은 지난해 시의회의 요구로 혁신테스크포스(TF)팀을 꾸려 혁신안을 두 차례나 마련했으나 제대로 시행해보지도 않고 ‘혁신과 거리 먼’ 혁신계획안을 다시 추진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3일 고양시와 고양문화재단의 말을 들어보면, 고양문화재단은 이달초 상임위인 문화복지위원회가 문화재단이 애초 제출한 122억1천만원 예산을 절반인 61억500만원으로 삭감하자 지난 13일 예결위원회에서 ‘한번만 더 기회를 달라’며 혁신계획안을 제출했다. 이진찬 부시장 등 시 집행부도 나서 의회에 삭감된 예산의 회복을 요구했다. 박진 고양문화재단 대표는 이날 “시의회가 재단에 요구한 권고안을 충분히 이행하지 못했고, 이행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시의회와 소통하지 못한 점을 죄송하게 생각한다. 한번만 더 기회를 준다면 재단을 정상화시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혁신계획안에는 △강등제도 신설을 통한 징계처분 강화 △채용시스템 개선 △진정한 연봉제 도입 △식음료 사업 전면 중단 △희망보직·순환보직 시스템 도입 등이 포함돼있다.
결국 예결위는 재단이 정상화를 실천한다는 것을 전제로 상임위에서 삭감된 예산에서 37억여원을 증액해 99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선재길 시의회 예결위원장은 “문화복지위가 책정한 예산으로는 인건비만 받고 일하지 말라는 것이기 때문에 재단을 해체하라는 의미와 같다. 재단이 마지노선으로 가져온 혁신계획안을 내년에 실천하지 않을 경우 시의회가 내리는 어떠한 요구도 받아들이겠다는 확답을 받고 99억원까지 예산을 회복시켰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단이 제출한 혁신계획안이 강등제 신설과 성과연봉제 확대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조와 직원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한 재단 직원은 “혁신을 하려면 기존에 직원들이 참여해 만든 혁신안과 객관적으로 드러난 법원 판결, 시의회 요구사항 등을 받아들이면 되는데 이를 외면하고 새로운 혁신안을 만든다는 것이 이해가 안간다. 마케팅팀 등 특정부서에 사람을 몰아놓고 성과 평가를 통해 조직을 장악하려는 불순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기영 재단 노동조합 지부장은 “시의원들이 이구동성으로 박아무개 경영관리본부장의 인적 쇄신조처를 요구했는데도 혁신안은 파행의 핵심인 한 사람을 놔두고 나머지 모든 직원에게 고통을 분담시키겠다는 것”이라며 “노조의 동의가 필요한 강등제 신설이나 성과연봉제 확대 등을 아무런 협의 없이 대표가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말했다.
고양시의회는 앞서 진행된 고양문화재단 행정사무감사에서 직원 간 고소고발, 불합리한 조직 개편, 부실한 경영 등을 강하게 질책했다. 박시동 시의원(정의당)은 특히 김웅가 전 문화정책실장 등 간부 4명에 대한 파면·해임 처분에 대해 “이사장인 최성 고양시장의 지시에 따라 처리됐으며, 징계를 담당한 인사위원회 위원도 시장이 모두 선임한 사람들”이라며 최 시장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이어 문화재단이 지방노동위원회의 해고자 복직 판정에 불복하고 중앙노동위와 법적 소송으로 끌고 가는 것에 대해서도 “중노위 판결문에 나와 있듯이 해고된 간부들의 행동은 지극히 상식적인 행동이었다고 본다. 시민의 세금이 들어가는건데 질게 뻔한 소송을 철회하지 않고 계속 끌고 가는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일부 시의원들은 박 경영관리본부장에게 재단 파행 책임을 물어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고양아람누리와 어울림누리를 운영하는 고양문화재단은 지난해 파행운영을 하면서도 인건비 41억3800만원, 공공운영비·시설관리용역비 등 일반운영비 53억1400만원, 공연·전시·교육·축제·홍보 관련 사업비 18억6100만원 등 총 123억7500만원의 예산이 집행돼 ‘세금 낭비’라는 비판을 받았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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