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11시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원회’가 대구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 열어 대구시립희망원 사건에 대한 검찰의 엄중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운영하는 대구시립희망원이 대구시로부터 받은 보조금을 횡령해 비자금을 만든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희망원 원장 신부는 이를 폭로하려던 전 직원에게 입막음용으로 1억원이 넘는 돈을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지검 강력부(부장 이진호)는 26일 “대구시립희망원이 대구시로부터 받은 지원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확인했다. 비자금의 구체적인 규모나 용처를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희망원은 업체 두 곳으로부터 식자재를 납품받으며 거래 금액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 검찰은 희망원 사건을 수사하며 지금까지 7명을 기소하고 1명을 구속 상태에서 수사 중이다.
이날 검찰 발표는 지난달 28일 국가인권위원회가 희망원을 직권조사 한 뒤 내놓은 결과와 비슷하다. 당시 인권위는 희망원이 2012년 2월부터 11개월 동안 급식비 3억원을 횡령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또 인권위는 희망원 직원들이 노숙인과 장애인 등 희망원 거주인들을 폭행하는 등 학대한 사실도 밝혀냈다. 희망원에서는 2010년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모두 309명이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희망원은 사망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일부 거주인의 사인을 단순히 병사로만 처리했다.
2011년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희망원 원장을 맡은 배아무개 신부는 2014년 7월29일 희망원의 비자금 조성 사실을 폭로하려던 직원 이아무개씨에게 1억2000만원을 건네기도 했다. 이런 사실은 공갈과 사기 혐의로 직원 이씨가 형사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씨는 희망원에서 일하다가 희망원 회계과장을 맡은 여아무개 수녀의 컴퓨터에서 비자금 조성 내용이 담긴 이중장부 파일을 복사해 나왔다. 직원 이씨는 지난 23일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배아무개 원장 신부는 아직 기소되지 않았다.
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이 연대한 ‘대구시립희망원 인권유린 및 비리척결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대구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의 엄중한 수사를 촉구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희망원 원장 신부가 전달한 1억원이 넘는 돈의 출처가 어디인지, 비자금을 조성한 사람이 누구인지, 어디에 사용됐는지가 전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하는 것인지 강한 의문이 든다. 검찰은 대구시립희망원 사건 관계자 전원을 구속 수사하고 빨리 중간수사 결과를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원장 신부가 건넨 돈은 개인 돈으로 파악되고 있다. 10월 말부터 희망원 수사를 시작했는데 두 달도 채 되지 않았고, 최대한 빨리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시는 1980년 4월부터 36년 동안 대구시립희망원을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에 맡겨 운영하고 있다. 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은 천주교 대구대교구가 재산을 관리하고 운영하기 위해 만든 재단법인이다. 지난 10월 기준으로 희망원에는 노숙인과 장애인 등 모두 999명이 생활하고 있다. 희망원은 지난해에만 대구시로부터 120억50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대구/글·사진 김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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