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포산중 자서전 동아리 학생 9명이 자신이 직접 쓴 책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포산중 제공
십대 청소년들이 집단으로 ‘저자’가 됐다. 대구 달성군 현풍면에 자리한 포산중의 책쓰기 동아리 ‘쓰담쓰담’에서 활동하고 있는 3학년생들이다. 쓰담쓰담은 ‘쓰고 이야기하다’는 뜻이다.
학생들은 지난 9월부터 1주일에 3시간씩 방과후 수업시간을 이용해 글쓰기를 해왔다. 함께 모여 서로의 글을 돌려보며 읽고 평가하면서 여러 차례 검토하고 보완했다. 또 책 표지를 직접 디자인하는 등 출판에도 정성을 들였다. 만화 1권·시집 1권·소설 4권·자서전 3권 등 9명이 저마다 한권씩 펴냈다.
장래희망이 국어 선생인 제환구 학생은 틈틈이 쓴 시 50편으로 시집을 냈다. 래퍼가 되고픈 김도경 학생은 70쪽짜리 랩 가사로, 이정아 학생은 일기 형태로 자서전을 써냈다. 김유민 학생은 <트루 스토리>란 제목으로 146쪽짜리 제법 두툼한 소설을 지었다. “또래 친구들한테 작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학생들이 다양한 고민을 선생님과 상담을 통해 해결하는 줄거리로 엮었단다.
동아리 지도교사 박혜진씨는 “글쓰기를 시작할 때만 해도 대부분 학생들이 내성적이었다. 하지만 넉 달 만에 책을 완성하고 나더니 매우 활동적으로 바뀌었다. 자신감도 부쩍 생기고,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산중에서는 27일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 1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소박한 출판기념회를 마련한다. 교내 오케스트라가 축하 공연을 하고, 저자들이 직접 책을 소개한다. 학교에서는 9명의 책을 6부씩 교내 도서관에 비치하기로 했다. 포산중 나혜랑 교장은 “글쓰기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어엿한 저가가 된 학생들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해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가는 귀중한 경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구/구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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