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지산고등학교 학부모들이 지난 2일 경기도교육청사 앞에서 조속한 학교 정상화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산고 학부모회 제공
개교한 지 1년도 안된 교사 26명의 작은 학교인 경기도 파주 지산고등학교가 교사들끼리 고소·고발을 주고받으며 갈등을 빚고 있다.
이 학교는 지난해 교사와 학부모 등이 감사원 민원·고발 4건, 국가인권위원회 제소 8건, 경기도교육청에 민원 20여건을 제기해, 큰 홍역을 치렀다. 학부모들은 성희롱을 둘러싼 교직원 간 갈등으로 애꿎은 학생들에게 협박·감금·사찰 등 인권 유린과 수업권 침해가 여러차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산고 학부모회는 지난 2일 경기도교육청사 앞에서 ‘감금·협박·교권 앞세워 학생인권 유린’이라는 펼침막을 내걸고 도교육청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조속한 학교 정상화, 문제 교사 퇴출 등을 촉구했다. 학부모회는 지난달에도 26일부터 5일간 학교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인 바 있다.
4일 학부모회와 일부 교사의 주장을 들어보면,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월말 1박2일로 진행된 1학년부 교직원 연수때 한 부장교사의 여교사 성희롱 사건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신규 임용된 20대 ㄱ 교사는 당시 ㅊ 부장교사가 ‘애교를 부리며 술을 따라봐라’고 여러 번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ㄱ교사는 선배교사 2명에게 이같은 사실을 털어놨고, 교장·교감에게 보고됐으나 교감은 오히려 ‘함부로 발설하지 말라’며 무마를 시도했다고 전했다. 교장과 동료 교사 요청으로 10월 감사원 감사가 이뤄졌고 현재 경기도교육청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ㅊ부장교사가 여학생과 원조교제를 한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진상 조사과정에서 학생인권 침해 논란이 불거져 파문은 더욱 커졌다. 학부모회는 조사를 한 ㅊ부장교사 등이 특정교사 반 아이들을 체육교사실에 가두고 진술서를 쓸 것을 강요하거나, 퇴학시킨다거나 거짓말탐지기를 사용하겠다며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정이경 학부모회장은 “교사가 학생들을 선도하기는 커녕 교권을 앞세워 학생인권을 유린하고 학습권을 박탈하는 행위를 저질렀다. 아이들이 더이상 상처 받지 않고 정상적인 교육을 받기 위해 문제교사들은 교단에서 퇴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학생은 “선생님들에 대한 불신과 어수선한 학교 분위기 탓에 학기 내내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ㅊ부장과 가까운 한 교사는 “교장과 학부모, 일부 교사가 결탁해 여론몰이를 통해 교육청을 압박해 일방적 학교운영을 반대하는 교사들을 징계하고 쫓아내겠다는 게 사태의 본질”이라며 “경찰수사와 공정한 조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반박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감사가 마무리 단계인데, 민원이 여러 건 접수돼 뭐라 단정짓기 어렵다. 학교 정상화와 안정화에 초점을 맞춰 이달 중에 결론을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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