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을 바라는 부산 시민들의 글이 적힌 풍선들이 세월호 모형의 배에 매달려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나눠준 풍선을 시민들이 매달았다.
“박근혜는 내려오고 세월호는 올라오라!” 7일 오후 6시 부산 부산진구 부산도시철도 1호선 서면역 앞 중앙대로에 모인 시민들은 구호를 힘껏 외치며 정유년 첫 번째 토요일에 열린 촛불집회의 시작을 알렸다. 주최 쪽은 2만명이 참가했다고 밝혔고 경찰은 3000명으로 추산했다.
이날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가 연 10차 부산시국대회(촛불집회)는 오는 9일 참사 1000일째를 맞는 세월호 희생자 추모와 진상 규명 촉구에 초점을 맞췄다. 집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하는 국회 투표 결과가 나오자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과 유족 인터뷰 등의 내용이 담긴 세월호 영상이 나오면서 차분하게 진행됐다. 이어 4·16세월호참사가족대책협의회 회원 10명이 노란 조끼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한 유가족은 “자식을 잃고 지난 1000일 가까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정확한 사고원인과 진상을 밝혀달라고 외쳤다. 내가 의지했던 나라가 자식을 앗아간 데 이어 최루액을 쏘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우리도 2014년 4월16일 이전에 기가 막힌 일을 당한 사람을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여러분도 여기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다. 이제 우리는 국민과 함께 갈 것이다. 이 나라를 혼란과 도탄에 빠뜨린 자들을 처벌해야 한다. 먼저 떠난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가 세월호 진실을 밝혀냈다고 말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개신교·불교·천주교·원불교 등 4대 종교의 종교인들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아직 바다 밑에 있는 9명의 주검 인양과 안전하고 평화로운 참세상을 기원하는 평화의 종을 올리고 기도를 했다.
참가자들은 저녁 7시30분께 중앙대로 7차로 가운데 1차로를 따라 서면역을 출발해 양정교차로를 거쳐 부산시청까지 3㎞를 행진했다. 부산시청 정문 앞 광장에서 열린 정리집회에서 폭죽이 허공에 터지자 “와~”하며 함성을 질렸다. 시민들은 새해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국민이 주인 되는 나라를 만들 때까지 끝까지 달려가자고 다짐하며 저녁 9시10분께 해산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세월호 인양을 염원하는 풍선을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시민들이 세월호 인양을 바라는 글이 적힌 풍선을 세월호 모형의 배에 매달고 있다.
앞서 주최 쪽은 오후 4시부터 쥬디스태화 앞에서 ‘진실을 인양하라’고 적힌 풍선 500여개를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자원봉사자들이 “세월호가 빨리 인양될 수 있도록 세월호 모형의 배에 달아달라”고 안내하자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풍선을 매달았다. 한아무개(37)씨는 “아직 물속에 남아있는 아이들이 빨리 올라왔으면 한다. 정부가 고의로 인양을 늦추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러면 안된다”고 말했다.
대학 2학년생 3명은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색 리본 1000개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나눠졌다. 손아무개(21)씨는 “세월호 희생자인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또래다. 그들이 살았으면 우리와 같은 대학교에 다닐 수도 있을 것이다. 살아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게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어제 함께 하루종일 리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도 오후 6시부터 중앙치안센터 앞 도로에서 2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세월호 참사 1000일 영상을 시작으로 박근혜 정권 퇴진 10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울산 남구 현대백화점 근처에선 오후 5시부터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추모하고 박근혜 정권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9차 울산시민대회가 열렸다. 창원광장·김해시민의종 광장·양산 청소년문화광장 등 경남의 자치단체 6곳에서도 오후 5시부터 촛불집회가 열렸다.
부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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