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시민상주모임 회원들이 7일 ‘세월호를 인양하라’는 깃발을 들고 518민주광장을 걷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10시 광주 5·18민주광장. 약속 시간이 되자 ‘세월호 3년상을 치르는 광주시민상주모임’ 회원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숫자는 금세 20여명으로 불었다. 30~40대 주부, 부녀와 친구, 교사와 학생 등 직업과 연령이 다양했다. 노란 조끼를 나눠입은 이들은 서로 인사부터 나누었다. 일꾼 이민철(45)씨가 앞장서자 자전거 한 대와 시민 20여명이 줄지어 따랐다. 행렬은 이날 옛 전남도청~광주교육대 구간 5.2㎞ 구간을 걸었다. 시민들은 ‘세월호를 인양하라’라는 깃발에 살가운 눈길을 보냈다. ‘세월호 속에 아직도 사람이 있습니다’라는 손바닥 홍보물을 보면서는 “글~씨 말이여, 워째야 쓰까~”라며 연신 혀를 찼다.
시민상주모임은 2014년 11월15일부터 올해 8월11일까지 1000일 동안 빛고을 순례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참사 두 달 뒤 ‘울지만 말고 뭐라도 돕자’며 나섰다. 회원은 애초 22명으로 시작해 500여명으로 불었다. 이들은 재판에 오는 유가족한테 주먹밥을 건네고, 인간 띠 잇기로 연대를 표시했다. 낮에는 특별법 제정 서명을 받고, 저녁엔 노란 리본을 만들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사람과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함께 걷는 운동을 벌였다.
처음 나온 최은경(36)씨는 “출근 때마다 손팻말을 들고 서 계신 분한테 너무 미안했어요. 두 아이의 엄마인 나를 돌아보고, 우리 앞에 놓인 길들을 생각하며 걸었다”고 말했다.
힐체어를 탄 강경식(46)씨는 “세월호는 힘없는 이들한테 언제든 닥칠 수 있는 참사인 만큼 장애인도 빠질 수 없다”고 주먹을 쥐어 보였다.
1000일 순례 중인 시민상주모임은 이날부터 3주기까지 ‘신발이 닳기 전에 진실에 닿기를…’이라는 주제로 집중순례에 들어갔다. 마을 17곳의 촛불 시위와 마을 4곳의 팻말 홍보를 하나로 모아 파급력을 높이려는 뜻이다. 이들은 8일에는 운암동성당~광천동성당을 걷는다. 9일에는 푸른길 공원을 걸은 뒤 진월동 구간에서 세월호 참사 1000일 문화제를 연다.
광주/글·사진 안관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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