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부산 부산진구 중앙대로에서 열린 부산 촛불집회에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가 촛불을 들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깊은 잠에 빠졌다가 촛불 혁명으로 되살아난 종철아! 너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노래하고 싶다.”
14일 오후 6시께 부산 부산진구 부산도시철도 1호선 서면역 앞 중앙대로. ‘박근혜 정권 퇴진 부산운동본부’(부산운동본부)가 연 11차 부산시국대회(촛불집회) 무대에 오른 박은숙씨가 친동생인 고 박종철 열사한테 보내는 편지글을 낭독하자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 1만여명이 뜨거운 박수로 답했다. 이날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기폭제가 됐던 박 열사의 30주기다. 촛불집회에는 박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도 참여했다.
“국정농단과 대국민 사기극으로 평범한 시민들이 30년 만에 촛불을 들었다. 박정희 유신정권과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만큼 반역사적인 박근혜 정권의 퇴행적이고 반민주적인 시대의 안타까운 상황과 민주주의 후퇴에 통탄하는 네 모습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진다. 30년 전과 조금도 변하지 않아 미안하다. 시민들의 뜨거운 열망이 꼭 이뤄질 수 있도록 저 세상에서 도와다오.” 은숙씨는 흐느끼며 말했다. 시민들은 “박근혜는 즉각 퇴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4일 부산 부산진구에서 열린 부산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14일 부산 부산진구에서 열린 부산 촛불집회에서 한 시민이 세월호 진상규명 서명활동을 벌이고 있다.
영화 <변호인>의 실제 모델인 고호석(62)씨도 무대에 올라 “이번 사태는 우리가 87년 6월 민주항쟁에서 민주제도를 쟁취하고도 수구 기득권 세력을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근혜의 즉각 퇴진과 구속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 주변에 있는 기득권도 함께 쓸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씨는 32살 때인 1987년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부산본부 사무국장으로 부산에서 6월 항쟁을 이끌었고, 현재 부산운동본부에서도 힘을 보태고 있다.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저녁 7시20분께 중앙대로에서 출발해 서면교차로를 지나 부산진구 가야동에 있는 한신센터뷰까지 2.3km를 행진했다. 이들은 이곳에서 정리집회를 하고 저녁 8시30분께 해산했다.
대구에서는 오후 6시부터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울산에서는 남구 삼산동 롯데백화점 앞에서 각각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경남 창원·진주·김해·통영·거제·양산 시민들도 영하의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촛불을 들었다.
부산/글·사진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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