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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에 가장 분노…끝까지 추적해 ‘진실’ 건져주길”

등록 2017-01-15 20:40수정 2017-01-16 09:37

‘한겨레 새주주’ 박용운·여울씨 부녀

<한겨레> 새 주주가 된 아버지 박용운(왼쪽)씨와 맏딸 대학생 여울(오른쪽)씨.
<한겨레> 새 주주가 된 아버지 박용운(왼쪽)씨와 맏딸 대학생 여울(오른쪽)씨.
박여울(21·제주대 2학년·오른쪽)씨 가족은 지난해 연말 <한겨레> 주주가 됐다. 아버지 박용운(50·왼쪽)씨가 아내와 대학생인 연년생 두 딸까지, 네 가족 이름으로 주식을 샀다. 지난 11일 저녁 부산 사상구에 있는 한 커피숍에서 박씨 부녀를 만났다.

맏딸인 여울씨는 중학교 1학년 때인 2009년부터 <한겨레>를 읽었다. 아버지 박씨가 1994년부터 23년째 <한겨레>와 <한겨레21>을 구독해온 덕분이다. 여울씨는 “처음엔 관심 있는 기사만 골라 봤다. 2009년 <한겨레21>의 코트디부아르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아동의 노예노동을 다룬 ‘초콜릿은 천국의 맛이겠죠’라는 기사가 인상 깊었다. 이후 지금까지 신문도 정독하고 있다. 기사와 사설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런 기회를 마련해준 아버지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아버지 용운씨 대학생 때 창간호 열독

1994년부터는 ‘한겨레21’도 함께

딸 여울씨 중학 입학 때부터 독자로

최근 부부·대학생 두딸 모두 주주로

용운씨 “언론 정도 계속 걷도록 응원”

여울씨 “동영상 콘텐츠 더 많았으면”

개인 사업체를 운영하는 박씨는 88년 <한겨레> 창간 독자다. 그는 “87년 동아대에 입학한 뒤 80년 5·18 광주민중항쟁의 참상을 알게 됐다. 이후 기존 언론을 믿지 않게 됐다. 2학년 때인 이듬해 ‘한겨레’ 창간호가 나오자 날마다 챙겨 보기 시작했다. 진실을 보도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좋았다. 기사에서 강직함과 패기도 묻어나와 마음에 쏙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대 학생군사교육단(학군단)을 거쳐 94년 육군 대위로 제대한 이래 지금껏 신문과 잡지를 정기 구독하고 있는 ‘골수 한겨레’ 가족이다.

박씨 역시 최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보고 분노했다. 그는 짬이 날 때마다 부산진구 서면 중앙대로에서 열리는 촛불집회에 온 가족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그는 말했다. “대학 새내기 때 6월 항쟁을 겪었어요. 서면 등지에서 자주 시위에 참가했죠. 다연발최루탄인 지랄탄이 거리에 쏟아졌고, 시위진압 전문 경찰인 백골단에 쫓겨다녔어요. 살벌한 시대였잖아요? 그렇게 어렵게 민주화의 문을 열었는데, 30년 만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사태가 벌어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박씨는 이번에 <한겨레> 주식을 산 이유를 ‘대리만족’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10여년 동안 다달이 부산의 시민사회단체에 후원금을 내고 있다. 생업 등을 이유로 내가 하지 못하는 일을 그들이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을 산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서 <한겨레>는 ‘비선실세 최순실’을 수면 위로 끄집어 올리며 제몫을 제대로 했다. 20년 넘은 고정독자로서 고맙고 뿌듯했다”고 말했다.

여울씨는 ‘세월호 참사’에 가장 분노하고 있다고 했다. 그때 경남 산청에 있는 특성화고인 지리산고 2학년생이던 여울씨는 2014년 4월16일 오전 근처 마을에 홀몸노인 봉사활동을 갔다가 세월호 사건을 처음 접했다고 한다. “그날 오전 ‘세월호 침몰’ 뉴스로 깜짝 놀랬지만, ‘전원 구조’ 보도를 보고 안심했어요. 우리 모두 해경을 비롯한 정부가 금세 사람들을 구해낼 것으로 생각했잖아요? 하지만 믿고 기다리다가 끝내 304명이 잠겨….” 여울씨는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박씨는 2014년 4월21일치 <한겨레21>(1008호)을 우편으로 딸에게 보냈다. 여울씨는 그 덕분에 ‘세월호 참사’를 제대로 알 수 있었다. 기숙형 특성화고인 지리산고에서는 저녁 때 인터넷을 통해서만 뉴스를 볼 수 있는데, 세월호 관련 기사가 너무 많아 참사의 전체 맥락을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는 “어두컴컴한 바다에 조명탄과 함께 세월호 머리 부분만 물 밖으로 나와 있는 1008호의 표지를 보면서 무서웠다. 표지 아래쪽 ‘이것이 국가인가’ 제목을 보고는 슬펐다. 참사 1000일이 넘었지만, 여전히 진상 규명이 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 더 화난다”고 말했다.

아버지 박씨는 <한겨레>에 바라는 점이 있다고 했다. “사람이 걸어온 길을 보면 그 사람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한겨레>를 좋아하는 이유도 창간 때부터 지금까지 언론의 정도를 걷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기사를 더 많이 발굴하고, 권력에 대한 견제는 꾸준히 해달라. 일부 정치인에 대해서는 좀더 객관적으로 다뤄줬으면 좋겠다.” 여울씨는 “청소년·청년층은 관심 있는 기사만 골라서 본다. 한눈에 기사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인포그래픽과 동영상 등 콘텐츠를 더 많이 제공했으면 좋겠다. 세월호 참사 진상도 끝까지 추적해 꼭 밝혀달라”고 부탁했다. 부산/글·사진 김영동 기자 yd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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