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한국 경제를 견인하다 지금은 ‘산업화의 상징’으로 남아있는 폐탄광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해 보호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강원랜드는 정선군 사북읍에 있는 옛 동원탄좌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17일 밝혔다. 2004년 문닫은 동원탄좌는 강원랜드가 인수해 관리하고 있다.
강원랜드는 동양 최대 민영 탄광인 동원탄좌가 한국 근대기 경제의 주체였고, 석탄문화제로 이어진 인문학적 요소를 두루 지니고 있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1년 산업기념물로 인증돼 세계유산에 등재된 독일 졸버레인 탄광 산업단지와 같은 형태다. 경주 석굴암과 불국사, 수원 화성 등 국내 12건은 모두 ‘유적지’로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이를 위해 강원랜드는 지난해 유네스코 본부를 찾아 협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동원탄좌의 역사성과 상징성 등을 설명했으며, 유네스코 쪽과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강원랜드는 설명했다.
강원랜드는 앞으로 탄광유산과 세계유산 등재, 산업유산 활용, 문화예술, 건축설계 등 각 분야 전문가로 동원탄좌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타당성 검토를 위한 자문단을 꾸릴 참이다. 자문단은 추진 타당성, 보전, 활용방안 연구 등을 하게 된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관광객 증가와 국비 지원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동양 최대 민영 탄광인 동원탄좌는 1963년 문을 열었다. 1974년 연간 석탄생산량이 100만t을 돌파하는 등 석탄산업 호황기를 맞아 초고속 성장했다. 1980년 4월 회사 쪽의 착취와 어용노조의 횡포에 반발한 광부들이 들고 일어난 ‘사북항쟁’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1980년대에는 종업원 수만 6000명이 넘었으며, 사북읍 10가구 가운데 8가구 정도가 광업에 종사했다.
하지만 1989년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 이후 쇠퇴의 길을 걷다 정선지역 탄광 가운데 가장 늦은 2004년 10월 문을 닫았다. 다른 탄광은 폐광 뒤 건물 철거 등으로 자취를 감췄지만 동원탄좌는 사북석탄역사체험관으로 탈바꿈해 탄광 관련 유물만 1600종 2만점가량이 남아있다. 2004년 10월에서 멈춘 달력과 월중 행사표, 채탄 장비, 1100명이 한 번에 목욕을 할 수 있는 샤워실, 48m 높이의 수직갱 타워 등도 그대로 보존돼 있다. 1995년부터 사북 석탄문화제가 이어지고 있다.
정선군도 긍정적이다. 안명일 정선군청 지역협력담당은 “오는 3월 안으로 강원랜드 담당자와 지역 주민대표, 전문가 등이 모여 세계유산 등재 등에 관한 논의를 하기로 했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관광객 증가 등 지역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탄광이라는 폐광지의 고유한 산업유산을 잘 활용하면 교육과 역사, 문화가 살아있는 재생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