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이상 할머니들이 지난해 3월 전북 김제 심창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전북도교육청 제공
“우리 학교에는 할머니 학생들이 있어요.”
전북지역 초등학교 2곳에 오는 3월 할머니 학생들이 입학할 예정이다. 김제시 진봉면 심창초는 지난 10일 신입생 예비소집에 60대와 50대 각 1명씩 2명의 할머니들이 참석했다. 이 학교는 이미 2학년에 3명, 3학년에 5명의 할머니 학생이 재학 중이다. 고령자도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해마다 노인 입학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예비소집한 고창군 부안면 봉암초에도 3월에 할머니 학생 2명이 입학한다. 경기도에 사는 이아무개(60) 할머니는 인터넷을 통해 이 학교가 고령자 입학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접하고 학교 주변에 집까지 구했다고 한다. 이 학교에서는 박희순·한영자 등 70대 할머니 2명이 올해 2학년이 된다.
심창초가 할머니 학생을 받기 시작한 것은 3년 전부터다. 학교 근처 섭치마을 이장이 최명호 교장에게 할머니들도 입학을 할 수 있느나고 문의했다. 주민 중에서 배움의 경험이 없는 60대 할머니들이 늦게라도 글을 배우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당황한 최 교장은 교육청과 면사무소에 문의해 취학통지서 발급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학교운영위까지 소집해 입학을 허가했다. 그해 60대 할머니 5명이 신입생이 됐다. 동네 주민들은 이들에게 가방과 장학금을 선물했다.
담임 조성화 교사는 할머니들이 잘 융화하도록 이끌었다. 할머니들은 간식을 챙겨오는 등 동료 학생들에게 사랑이 따뜻하다. 박금옥(69)씨는 지난달 방학식 때 쌍둥이 학생이 한번도 한복을 입어본 경험이 없다는 것을 알고 이들을 택시에 태워 시내까지 나가 직접 한복을 맞춰줬다. 소정순(68)씨는 “학교 다니는 게 아주 즐겁다.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지만 건강이 허락하면 중학교까지 진학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 교장은 “할머니들의 면학 열정으로 학교 분위기가 훨씬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최석진 봉암초 교장은 “가난 때문에 배움의 기회를 잃은 여성분들이 많다. 이들에게 기회를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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