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가 18일 오전 강원 원주 상지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편호범 이사장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상지대 비대위 제공
학내 분규 해소를 위해 파견된 상지대의 임시이사회가 출범 한 달도 안 돼 ‘이사장 사퇴’ 요구에 직면했다. 이사회가 사실상 검증 없이 대학 입맛에 맞는 ‘친김문기 쪽’ 인사를 한 것이 빌미가 됐다.
상지대 교수협의회·총학생회·노조 등이 꾸린 비상대책위원회는 18일 오전 강원 원주 상지대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학비리 세력을 비호하는 편호범 이사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비대위는 “편 이사장은 첫 업무를 김문기씨 면담으로 시작했다. 그 뒤 첫인사로 김문기 쪽 측근이며 구성원 탄압의 주범을 사무처장에 임명했다. 이는 구성원을 배반하고 상지대를 새 분규 상황으로 몰아가는 조처”라고 비판했다.
앞서 편 이사장은 지난 5일 남윤경 사무처장, 지난 16일 김기동 법인사무국장을 각각 임명했다. 비대위는 “남 사무처장은 김문기씨가 2014년 총장으로 복귀한 뒤 5급으로 특별채용해 ‘김문기 측근 챙기기’ 논란이 일었던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이관섭 전국대학노조 상지대지부장은 “24년을 근무했는데 아직 6급이다. 입사 3년도 채 안 돼 직원 최고위직인 사무처장(직무대리)에 임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편 이사장이 김문기 쪽을 비호하지 않는다면 이런 인사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법인 사무국장 인사도 비판이 나온다. 상지대 교수협의회 쪽은 “김문기 족벌 이사회 체제를 초래하는 근본 원인을 제공하고 교수협의회를 해체하려고 하는 등 절대 수긍할 수 없는 인사를 법인사무국장에 임명하는 폭거를 자행했다”고 날을 세웠다.
편 이사장의 해명이 더 큰 반발을 사고 있다. 편 이사장은 “김문기씨 면담은 의도했던 것이 아니다. 학교로 출근한 첫날 김씨가 사무실로 찾아와 얘기하길래 들었던 것뿐이다. 또 사무처장은 대학 쪽이 공석이라며 직무대행 임명을 요청해왔다.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결제했다”고 해명했다. 사실상 검증 없이 대학 쪽의 요구대로 인사를 했다고 시인한 셈이다. 또 “비대위 쪽에서 법인사무국장 교체를 지속해서 요구해 중립적인 인물로 교체한 것이다. 신임 법인사무국장의 과거 세세한 것까지는 모르지만 친김문기 쪽이라면 안 썼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상지대 노조지부장은 “구성원이 신뢰하는 사람들로 보직을 개편하는 등 대학을 시정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김문기 쪽을 비호하는 편향적인 업무처리가 지속하고 있다. 잘못된 인사를 바로 철회하지 않으면 이사회를 거부하고, 다시 대학 정상화를 위한 투쟁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수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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