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디스 직장폐쇄 뒤 해고자 투쟁
회사, 26억 손배청구에 30억 가압류
법원, 잇따라 회사 손 들어 고통 가중
회사, 26억 손배청구에 30억 가압류
법원, 잇따라 회사 손 들어 고통 가중
“억울한 건 우리인데 되레 가해자가 됐습니다.”
24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참여한 경기 이천시의 하이디스 노조 이상목 지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가 동료 74명과 함께 정리해고된 하이디스는 초박막 액정표시장치(TFT-LCD) 제조업체다.
하이디스는 1989년 현대전자 엘시디(LCD) 사업부로 시작해 2002년 중국기업 비오이(BOE)에 매각됐다. 이후 비오이의 기술자료 유출 사실이 드러나면서 2006년 부도 처리됐다가 2007년 대만기업 이잉크(E-Ink)에 인수됐으나 회사는 2015년 1월7일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회사 쪽은 경영난을 내세워 전체 직원 370여명 중 필수인원을 뺀 330여명에게 희망퇴직 기회를 주고, 이를 거부한 70여명을 2015년 3월31일 죄다 정리해고했다. 당시 배아무개 전 노조지회장은 두달 뒤인 5월 목숨을 끊었다.
졸지에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은 “특허수입 등으로 한해 회사 이익이 1000억원이 넘는데 공장폐쇄와 정리해고냐”며 대만 원정 투쟁에 나섰다. 2015년 7월 하이디스 모기업인 대만 융펑위(永豊餘) 그룹의 회장 집 앞에서 노조지회장 사망 원인 규명과 직장폐쇄 철회를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는 등 이들의 직장폐쇄 철회 싸움은 만 2년을 넘겼다.
그사이 해고 노동자들은 ‘소송 폭탄’을 맞았다. 하이디스 등은 해고된 노동자들을 상대로 3건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청구액만 26억7천만여원에 이른다. 해고 노조원 8명의 부동산 등엔 30억8천만여원의 가압류가 이뤄졌다.
24일은 명예훼손 관련 소송 결과가 나온 날이다. 수원지법 민사3단독(재판장 조성필)은 이날 해고 노동자 윤아무개씨 등 2명이 대만 융펑위 그룹 회장 집 앞에서 하이디스 경영진 9명의 사진을 걸어놓고 신발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한 것은 모욕죄에 해당한다며 한국 경영진 5명에게 각 50만원씩 모두 25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원고들은 당초 1명당 2천만원씩 1억원을 내라고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수원지법 여주지원 민사3단독(재판장 이미주)이 공장폐쇄 뒤에도 8개월 동안 기숙사에서 퇴거하지 않은 채 남아 있던 해고 노동자 10명을 상대로 하이디스 쪽이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노조원 강아무개씨 등 10명이 88만5천원에서 최고 128만7천원까지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이디스 쪽이 업무방해 등을 이유로 해고 노조원들 상대로 낸 21억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은 진행 중이다.
이상목 지회장은 “어제 하이디스 쪽이 지난해 11월 법원이 판결한 128만원의 부당이득을 받겠다며 강아무개 조합원의 집을 경매 처분하겠다고 하더라. 정리해고에 손배 폭탄까지 노동자들은 물러날 곳이 없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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