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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초등학교 교사 “예수 안믿으면 화장실서 귀신”

등록 2017-01-25 11:14수정 2017-01-26 12:48

학생들에게 부적 만들어 지니게 하고 도덕 시간엔 간증 동영상 보여주기도
학부모 만나 “종교 관련 유치원 다녀 나쁜 영”…강원교육청, 징계 및 전보 조처키로
해당 교사들 도교육청 감사 결과 반박
‘예수 안믿으면 귀신·종교 관련 유치원 나쁜 영’ 등 말한 적 없다고 해명
강원 춘천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지난 11일 강원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부 교사들의 수업중 특정 종교 전도활동을 규탄하고 있다.강원도교육청 제공
강원 춘천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지난 11일 강원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부 교사들의 수업중 특정 종교 전도활동을 규탄하고 있다.강원도교육청 제공
초등학교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특정 종교 교육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특정 종교 관련 부적을 지니게 하거나 같은 교회 신도를 데려와 수업을 진행하고, 신앙 간증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강원도교육청은 25일 오전 도교육청 기자실에서 ‘교육공무원 종교중립의무 위반 사항’에 대한 감사결과를 설명했다. 앞서 춘천의 한 초등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은 지난해 11월 “교사가 수업시간에 특정 종교 교육을 많이 해 아이들이 집에 와서도 부활과 간증 등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등 심리적 불안을 호소한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또 다른 초등학교 학부모들은 이달 초 도교육청에 탄원서까지 제출했다.

도 교육청의 감사결과를 보면, 교사 ㄱ씨는 학생들에게 “예수를 믿지 않으면 화장실에서 귀신이 나온다”며 화장실 갈 때 ‘예수보혈’ 부적을 만들어 가지고 가게 하거나 부적이 없으면 “예수보혈”이라고 외친 뒤 가게 했다. ㄱ씨는 또 지난해 1학기 학부모 면담 때 “종교 관련 유치원을 다녀 나쁜 영이 들었다”거나 “아이에게 역마살이 있다”고도 말했으며, 학부모에게 자신이 다니는 교회 홍보물과 책자를 주며 전도 활동을 한 것도 드러났다. 학부모의 동의도 받지 않고 학생을 방과 후에 남겨 종교 동아리에서 종교 교육을 하기도 했다.

ㄱ씨는 학교에 제출한 경위서에서 “나도 어릴 때 귀신을 본 경험이 있다. 예수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확신을 가지고 알려줄 수 있었다. 예수보혈을 외치면 된다. 그 후 아이들은 이 말을 외치며 화장실에 가게 됐다”고 밝혔다.

또 다른 학교의 교사 ㄴ씨는 시청각 수업을 이유로 자신의 신앙 간증 동영상을 학생들에게 시청하게 했으며, 같은 교회 신도를 데려와 이 신도의 간증 동영상도 보여준 것으로 드러났다.

교사 ㄷ씨는 지난해 2학기 수업 시작 전에 부활 얘기를 하며 혼자 또는 학생들과 함께 기도를 하는가 하면, 지난해 10월 수업을 하다 자신의 간증 동영상을 보여준 뒤 “선생님은 불안 속에 살다가 하느님을 만나서 사라졌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지난 12일부터 이들 교사 등을 상대로 감사를 실시해 교사 3명을 ‘국가공무원법과 교육기본법의 종교중립의무 위반, 성실의무 위반’ 등의 혐의로 경징계 조처했으며, 다른 학교로 전보할 계획이다.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초등학생에게 편향된 종교관을 주입해 일상생활마저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교육자를 떠나 국가공무원의 도리가 아니다. 학교 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종교 차별이나 특정 종교 교육금지 관련 지침을 새 학기 전에 안내해 위반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이고 강력하게 지도·감독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교사들은 도교육청의 감사 결과를 부인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ㄱ교사는 “귀신이야기는 학생 두 명이 화장실에서 귀신을 봤다고 말해 이 말을 들은 아이들이 무서워 해 교사의 경험을 말하며 용기를 준 것이지 ‘예수 안 믿으면 귀신이 나온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예수보혈이란 부적을 만들도록 하지 않았고 부적이 없으면 ‘예수보혈’이라고 외치라고 하지도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역마살 부분도 학부모 상담 과정에서 일상적인 표현을 한 것일 뿐이다. 해당 학부모도 아무런 오해가 없었고 문제 삼을 생각이 없었다고 밝혔다. 같은 신앙을 가진 학부모 1명에게 본인이 나온 프로그램 홍보물을 전달했지 책자를 전달하진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종교 관련 유치원에 다녀 나쁜 영이 들었다’는 부분과 ‘학부모 동의 없이 종교교육을 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ㄴ교사는 간증 동영상에 관해 “해당 영상은 본인의 이야기로 내가 일상의 분노를 어떻게 극복하게 됐는지를 도덕 관련 단원의 수업 자료 차원에서 보여준 것이다. 종교교육이 목적이 아니었다. 같은 교회 신도의 간증 동영상을 보여주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ㄷ교사는 “수업시간 전에 부활 얘기를 한 적이 없고 학생 전체와 기도한 것이 아니라 교사 개인이 한 것이다. 신앙 간증 동영상은 아이들이 티브이(TV)에 나온 적이 있냐고 하면서 보여달라고 해서 확인 차원에서 보여 준 것이지 종교교육의 의도로 보여준 것은 아니다. 영상을 보여준 뒤 ‘불안 속에 살다가 하나님을 만나서 사라졌다’는 말을 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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