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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뚝뚝한 충청도 사람 웃음 충전시키러 왔다” 개그극단 건전지

등록 2017-01-25 16:34수정 2017-01-25 21:53

‘개그 꿈’ 20대 5명 원룸서 먹고자고
닥치는대로 아르바이트 돈모아
드디어 소극장 빌려 연 첫공연엔
관객 달랑 12명…모두 친구·선후배

“얼마전 자녀 데리고 온 아주머니
계속 웃으셔…온갖 시름 다 잊어”
개극극단 ‘건전지’ 단원들이 지난 11일 오후 대전 중구 대흥동의 소극장 ‘마당’에서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개극극단 ‘건전지’ 단원들이 지난 11일 오후 대전 중구 대흥동의 소극장 ‘마당’에서 공연 연습을 하고 있다.
“충청도 사람들을 웃길 수 있으면 전 국민을 웃길 수 있다!”

충청도를 타깃 삼아 웃음 폭탄을 제조하는 당찬 청춘들이 있다. 대전에 둥지를 튼 개그극단 ‘건전지’다. 극단 이름엔 건전지처럼 언제든 웃음을 충전하겠다는 목표가 담겨 있다.

대전 유일의 개그극단을 만든 이는 송형주(24)·조재형(24)·김선응(24)·한현우(26)·박성순(22)씨다. 송씨와 김씨만 대전 출신이다. 이들 다섯은 동아방송예술대학 방송연예과 선후배로 모두 개그맨이 목표다. 지금 대전의 한 원룸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며 24시간 개그만을 위해 산다.

이들은 지난해 3월 우리만의 극단을 만들자고 뜻을 모으고, 대전을 택했다. 웃지 않는 충청도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기만의 개그를 익히고, 또 대학로 유명 개그극단에 들어가 개그맨 시험을 준비하는 짜인 개그 질서에서 벗어나겠다는 호기였다.

“개그맨 지망생들은 보통 이름 있는 개그극단에 들어가 훈련해요. 안정된 만큼 덜 자유로울 수밖에 없어요. 개그맨 선배의 의견에 따라 개그의 ‘생존’이 결정되기 때문에 자기만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거죠. 그게 싫었고, 스스로 자유롭게 훈련해 우리만의 개그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직접 극단 만들었어요.”

족보도, 돈도 없이 꿈만 있는 개그맨을 무작정 기다리는 극장은 없었다. 텔레마케팅 회사, 식당, 신발·화장품 가게, 공사장에서까지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해 돈을 모았다. 개그감을 잃지 않고,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려고 대전 으능정이 등을 찾아 길거리 공연도 틈틈이 했다.

돈이 모인 지난해 12월 대전 대흥동 소극장 마당 극장을 빌렸다. 오는 5월까지 6개월 동안 목~일요일 하루 두 차례 공연하는 조건이다. 주머니를 탈탈 털었지만 행복했다. 자신의 개그를 관객을 통해 실험하고, 또 무대라는 가장 좋은 연습 공간마저 확보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2일 역사적인 첫 공연 막이 올랐다. 관객은 달랑 12명. 모두 친구·선후배 등 아는 이들이었다. 지금도 관객은 많지 않아 공연 일정 3분의 1은 소화하지 못했다.

“관객이 많이 없어도 우리가 준비한 개그를 보고 관객이 많이 웃어주면 정말 행복해요. 얼마 전 자녀를 데리고 온 아주머니 한 분이 진행이 어려울 정도로 계속 웃으시는데 온갖 시름과 걱정이 다 잊혔어요. 정말 개그 할 맛 났죠.”

여전히 공연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지만 이들은 기쁘고 신난다. 매회 1시간 넘게 8~9꼭지 공연을 거듭하면서 관객들과 소통하는 법을 익혀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대전과 충청도를 조금 알 것 같아요. 양반들이서 그런지 웃음도 좀 겸손한 편입니다. 서울이나 수도권 등은 흐름에 따라 웃음도 타지만 충청도는 반응이 조금 더디고, 옆 눈치를 보지만 한 번 터지면 극단적일 정도로 반향이 큽니다. 웃음의 맥이 조금 다른 거죠.”

글·사진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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