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더 근심스런 노동자들…6달째 직장폐쇄 갑을오토텍 노동자 이야기
갑을오토텍 노동자 박제한(44)씨와 그의 아내 이강숙(44)씨가 지난 25일 손을 잡고 파업 중인 갑을오토텍 공장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파업 203일째…가족과 생이별
“올해 중학교 간 막내딸
교보 못 사줘도 괜찮다지만…
점점 삭막해지는 집 분위기에
아이들 상처 남을까 걱정
공장 바닥서 자고 일어나
‘이제 뭐하는 짓인가’ 싶지만
절대 포기말자고 서로 격려해요” 25일 갑을오토텍 노조 사무실 한쪽에서 <한겨레>와 만난 박씨와 이씨는 막내딸 이야기에 자꾸 눈시울을 붉혔다. “큰아이가 중학교 입학할 때는 축제 같은 기분으로 온 가족이 함께 교복을 맞추러 갔어요. 그런데 이번엔 막내딸에게 교복을 사주지 못하고 언니 교복을 물려 입게 했어요. 땡깡 한번 안 부리고 괜찮다고 하는 아이 모습에 가슴이 더 아팠죠.” 이씨는 얼마 전 가슴이 내려앉았다. 학교에서 진행한 인성 검사에서 막내딸이 우울감이 높다고 나왔기 때문이다. 집에선 늘 밝은 모습이었기 때문에 충격이 더 컸다. 누구보다 아빠에 대한 애착이 큰 아이다. 파업으로 오랫동안 아빠와 떨어져 지내는 불안한 상황과 점점 삭막해지는 집 분위기가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는 생각에 부부의 마음은 찢어졌다. “아이들 마음에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심어질까 걱정이에요. 어떤 사람은 비리를 저질러도 구속되지도 않고 잘만 사는데, 왜 우리 아빠는 잘못한 것도 없이 피해만 보지? 그런 분노가 아이들 마음에 상처를 남길까봐….” 부모 역시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지나고 있다. 이씨는 자주 악몽을 꾼다. 누군가를 향해 “때리지 말라”고 소리치는 꿈이다. 2015년 6월 제2노조 조합원들이 금속노조 조합원들을 때린 폭력 사태가 일어났다. 제2노조 조합원 중에는 2014년 12월 입사한 경찰·특전사 출신 직원도 있다. 그때 다쳐 병원에 입원한 조합원 중엔 박씨도 있었다. 2016년 7월 드러난 회사 쪽의 ‘노조파괴 시나리오(Q-P 전략 시나리오)’ 안에는 주요 공격 대상으로 박씨의 이름도 언급돼 있다. 폭력 사태 뒤 박씨는 언제 또 맞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에 시달린다. 그는 아내에게 “회사에 가는 길이 지옥 가는 길 같다”고 자주 말하곤 했다. 장기 파업이 시작된 뒤부턴 감정의 기복도 심하다. 공장 바닥에서 자고 일어나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인가’ 싶을 때도 잦다. 회사는 노조 간부들에게 10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걸어둔 상태다. 박씨는 “가슴이 답답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노사 간의 교섭 상황도 답답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노조는 “회사 정상화를 위해 일단 선 수습하고 후 타결하자. 직장폐쇄 풀면 파업을 접겠다”는 의사를 회사 쪽에 전달했다. 이재헌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장은 “회사 쪽은 직장폐쇄를 푸는 조건으로 ‘쟁의권 반납’을 요구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파업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요구”라고 말했다. 회사는 “노조가 먼저 공장 점거를 풀고 제대로 된 근무 복귀 의사를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갑을오토텍 관계자는 “적당히 타협해서 끝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잘못된 노사관계는 끝나야 한다. (시효에 따라) 2월에 단체협약이 해지되면 노조 활동이 위축될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얼마나 파업이 계속될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 하지만 부부는 “힘들어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며 서로를 격려한다. 이 싸움에서 지면 그동안 노조가 싸워 만든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의 노동 여건이 완전히 파괴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갑을오토텍 노조는 2013년 대법원으로부터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이란 판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대로 노조가 파괴되면 회사가 입맛대로 근로 환경과 조건을 바꿔도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여기서 포기한다면 우리 삶은 더 피폐해질 거예요.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꼭 이겨야죠.”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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