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이주노동자단체 조사 결과…하루 1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
3명 중 1명은 작업 중 다쳐도 치료비 자비 부담
3명 중 1명은 작업 중 다쳐도 치료비 자비 부담
대구·경북 지역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위험한 작업장에서 일하고, 3명 가운데 1명은 작업하다 다쳐도 치료비를 스스로 부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연대회의’는 1일 “최근 대구·경북 지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378명을 상대로 설문조사 했더니, 55.1%가 근무 중 위험을 느낀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이주노동자들은 주요 위험요인으로 ‘위험한 기계’(22%), ‘작업장에서 냄새가 나고 시끄럽다’(22%), ’힘을 많이 써야 한다’(22%), ‘전기 또는 화재 위험’(8%) 등을 꼽았다. 이들은 하루 노동시간을 묻는 말에 절반 이상이 10시간 이상이라고 답했다. 이 가운데 ‘12시간’(23.8%)이 가장 많았고, 이어 ‘10시간’(19%) ‘11시간’(5.8%) ‘13시간’(2.3%) 순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위험한 작업장에서 장시간 격무에 시달리는 이주노동자들은 29.7%가 ‘산업재해를 당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산재를 당한 이주노동자 중 37.9%는 자비로 치료를 받았다고 했다. 회사에서 치료비를 대줬다는 응답은 35%이고, 27.2%는 산재보험으로 처리했다고 응답했다. 산재보험으로 처리한 것도 절반 정도는 회사에서 도와주지 않아 이주노동자들이 상담소나 노무사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등록이나 미등록을 막론하고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다가 다쳤을 때 대구시가 운영하는 대구의료원에서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이런 내용을 안다는 노동자(43.9%)보다 모른다는 노동자(47.4%)가 더 많았다. 어렵사리 대구의료원을 찾은 이주노동자들도 39%는 말이 통하지 않아 어려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강혜숙 대구 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대구의료원이 이주노동자들의 치료를 거부하는 일이 잦다. 예산을 늘려 이주노동자들이 맘 놓고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우리말이 서툴러 어려움을 겪는 이주노동자들을 위해 통역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연대회의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오는 9일 저녁 7시 대구 중구 대구인권교육센터에서 토론회를 연다.
우리나라에 사는 등록 이주민은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민을 합쳐 대략 203만여명이며, 이중 대구에 2만6000여명, 경북에 5만1300여명이 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등록 이주민의 20%를 약간 웃도는 미등록 이주민이 작업현장에서 노동하고 있지만 정확한 인원 파악은 되지 않는다.
대구·경북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연대회의 관계자는 “위험한 작업장에서 하루 12시간 이상 살인적인 노동을 하는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미등록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으며, 몸이 아플 때 치료받을 수 있는 건강보험도 적용받지 못한다. 이들이 인간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도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