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저녁 광주 금남로에서 `입춘송박'을 주제로 열린 광주시국촛불대회에 등장한 대형 철장.
“국민들 목빠진다, 2월 안에 탄핵하라!”
입춘인 4일 오후 6시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박근혜 퇴진 14차 광주시국촛불대회’의 사회를 맡은 백금렬씨가 선창을 하자, 시민들이 “탄핵하라”를 세차례 외치며 뒷소리로 응답했다. 절기 상 입춘을 맞은 이날 집회엔 15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날 집회 주제는 ‘입춘대길’을 패러디한 ‘입춘송박’이었다. “봄이 시작되니 박근혜는 물러나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이날 사전 행사로 담헌 전명옥 서예가는 가로 세로 3m, 8m짜리 펼침막에 ‘입춘송박’이라는 글을 붓으로 써 눈길을 모았다.
이날 본행사는 여성노조 광주·전남지부 율동패 ‘광주시스터즈’의 율동 공연이 시작되자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빨강색 상의에 검정색 색안경을 끼고 나온 이 공연단은 <바위처럼> 등 노래 2곡에 맞춰 율동을 선보였다. 공연이 끝나자 사회자 백씨가 “박근혜가 ‘특검’을 ‘특별검침’으로 잘못 알았다”고 너스레를 떨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4일 오후 광주 금남로엔 비가 내렸지만 시민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시민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은우근 박근혜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 정책기획단장(광주대 교수)은 ‘광주 촛불시민의 다짐’을 발표했다. 은 단장은 “촛불혁명에 대한 반격이 우려된다. 부역언론과 검찰 개혁이 시급하다. 모든 야당은 언론과 검찰을 개혁하기 위한 ‘개혁입법’을 대선 전까지 관철하기 위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한다”며 “‘사드 배치’문제 등을 두고 우리가 분열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은 촛불 염원을 담은 구호를 외쳤다. 사회자 백금렬씨가 ‘황교안 국무총리’,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의 행위를 꼬집자 시민들은 “염병하네”라고 외쳤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구속영장 재청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거셌다. 이날 집회 연단 옆엔 철장이 세워져 있었다. 시민운동본부는 사전 행사로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수의를 입은 모형 사진을 ‘막대풍선’에 붙여 ‘철장’안에 가두는 퍼포먼스를 했다.
4일 오후 광주 금남로에서 열린 촛불집회장에서 광주민족예술인회 회원들이 시민들에게 판화 작품을 선물하고 있다.
촛불집회를 시작하기 전 참석자들이 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기념식 제창곡으로 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기념식 제창곡 지정을 촉구하는 100만명 서명운동’도 이날 금남로 촛불집회에서 시작됐다. 이날 행사장엔 5·18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작중인 박기복 감독 등 영화 관계자들도 자리를 지켰다.
집회 도중 비가 내렸지만 시민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사회자 백금렬씨가 “오늘 행진은 생략할까요?”라고 묻자, “아니요”라고 외쳤다. 시민들은 이날 ‘법원과 재벌의 유착을 깨야한다’는 의미로 광주지법까지 3㎞ 구간을 행진했다.
광주/글·사진 정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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