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봉정월대보름굿이 지난해 2월20일 임실군 강진면 필봉마을에서 열렸다. 임실필봉농악보존회 제공
“필봉산에 망월이야!”
제36회 필봉정월대보름굿이 정월대보름인 11일 전북 임실군 강진면 필봉리 필봉마을에서 열린다. 이날 오후 2시부터 필봉마을 동청마당에서 굿의 시작을 알리는 기굿으로 출발해 마을 당산나무와 우물에서 펼치는 당산굿과 샘굿이 이어진다. 이어 가가호호를 방문해 가정의 안녕을 바라는 마당밟이굿을 진행한다. 저녁 무렵에는 공연자 중심의 앞굿, 관객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뒷굿으로 구성된 판굿이 펼쳐진다.
판굿이 절정에 오르는 밤 10시께, 한해 소망을 담은 달집을 태워 하늘로 올려보내고 대보름굿을 마무리한다. 부대행사로 소원지 쓰기, 연날리기, 쥐불놀이, 윷점보기, 부럼깨기, 고구마·밤 굽기 등 민속놀이를 진행한다.
양진성 임실필봉농악보존회장은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에 임실군청으로부터 행사 취소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정월이면 공동체 안녕을 기원하며 해오던 전통 마을굿인데다, 닭을 대량으로 키우지 않는 곳이어서 마을행사로 축소해 치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필봉농악은 1988년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11-5(마)호로 지정된 호남좌도 농악이다. ‘필봉’은 뒷산이 붓의 끝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산간지방이어서 외부와의 교류가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에 마을굿 형태가 잘 보존돼 왔다. 필봉마을굿 역사는 300여년으로 추정하며, 1대 상쇠 박학삼, 2대 상쇠 송주호, 3대 상쇠 양순용으로 이어진다. 양 선생이 1995년 별세하고 그의 아들 양진성·진환 형제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필봉마을굿축제는 상쇠 고 양순용 선생을 기리기 위해 1996년 처음 열린 뒤 전통문화축제의 새로운 전형으로 발전했다.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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